본문 바로가기
공맹의길/논어집주(論語集註)

[논어집주 학이(學而) 1-5] 나라를 다스리려면 공경, 믿음, 절약, 시중이 필요하다 / 경사이신 절용애인 사민이시(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

by ഗൗതമബുദ്ധൻ 2022. 6. 18.
반응형

子曰: “道千乘之國(도천승지국): 敬事而信(경사이신)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천승의(千乘之) 나라(國, 제후국)를 다스릴(道) 때는: 일(事)을 신중하게 처리하고(敬而) 미덥게(信) 하며,

 

* '경사이신敬事而信'은 윗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경하게 모시는 대상은 제후와 대부의 지위에 있는 최고위층이다. 여기서 믿음이란 현대인이 말하는 '신앙', '신조'의 개념이 아니라 '신험', 즉 경험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은 언과 관련 있는 단어로 일차적 의미로는 '증험할 수 있는 것만 말한다'는 뜻이다. (논어한글역주, 김용옥)

 

治也氏云: “八百家出車一乘.” 千乘諸侯之國其地可出兵車千乘者也.

도(道)는, 다스림(治)이다(也). 마씨가 말하기를(馬氏云): 팔백(八百) 가구가(家) 전차(車) 일승(一乘)을 낸다(出). 천승(千乘)은, 제후의(諸侯之) 나라이고(國), 그(其) 땅(地)이 전차(兵車) 천승(千乘)을 낼(出) 수(可) 있는 곳이다(者也).

 

敬者, 主一無適之謂. 敬事而信者, 敬其事而信於民也.

敬은, 하나에 집중하여(主一) <다른 곳으로> 가지 않음(無適)을 말한다(謂). 경사이신(敬事而信)은, 자기 일을 신중하게 처리해서(敬而) 백성에게(於民) 믿음을 주는 것이다(也).

 

* 主一無適: 主一의 주는 '관심을 기울인다'는 말로, 하나에 관심을 집중한다는 뜻이다. 無適의 적은 '간다'는 말로, 의식이 산만하게 흐트러지는 것이다. 이것은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인간 삶의 근원적 문제에 대한 집중이다. 

節用而愛人(절용이애인), 使民以時(사민이시).”  
씀씀이(用)를 아끼고(節而) 백성(人)을 사랑하고(愛), 때에 따라(以時, 때에 맞게, 농한기에) 백성을(民) 부린다(使).

* 使民以時에서 以(이)는 행동의 기준이나 근거를 표시하는 전치사다. [斧斤以時入山林, 材木不可勝用也.(도끼가 제때에 산림 속에 들어간다면 재목이 너무 많아 이루 다 쓸 수 없을 것입니다.) <孟子梁惠王上>] <논어의 문법적 이해, 류종목>

 

* '애인愛人'의 인은 국인으로서 노나라 도성 내에 사는 사람들이고 사의 계층을 형성한다. 다시 말해서 절용은 노나라 성내, 즉 국중의 문제이며 절용의 대상은 사(공무원/지배계급)에 해당한다. 애인의 애는 '아낀다'는 의미이다. 동시에 그들은 아껴주어야 하는 대상이다. 민은 야의 민을 말한다. 사민이시의 민은 주로 전쟁과 관련 있다. 사민, 즉 전쟁에 동원하는 일은 반드시 농한기에 해야 한다. 농번기에 전쟁을 일으키면 승리한다고 해도 국고가 텅 비어 패배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논어한글역주, 김용옥)

 

時, 謂農隙之時. 言治國之要, 在此五者, 亦務本之意也.

시(時)는, 농사가 한가한(農隙) 때(時)를 말한다(謂). 나라를 다스리는(治國之) 요체(要)는, 이 다섯 가지(此五者)에 있다는(在) 말이고(言), 또한(亦) 근본에 힘쓴다는(務本之) 뜻이다(意也).

 

* 隙(극): 틈, 구멍, 흠, 여가, 겨를, 원한, 갈라지다, 경작하지 않다. 

 

○ 程子曰: “此言至淺, 然當時諸侯果能此, 亦足以治其國矣.

정자가 말하기를: 이 말(此言)이 매우(至) 얕지만(淺, 평이하지만), 그러나(然) 당시(當時) 제후가(諸侯) 진실로(果) 이것(此)을 잘했다면(能), 또한(亦) 그 나라(其國)를 다스림(治)에 충분했을(足以) 것이다(矣).

 

聖人言雖至近, 上下皆通. 

성인(聖人)의 말(言)이 비록(雖) 매우(至) 천근하지만(近, 쉽지만), 위아래로(上下) 모두(皆) 통한다(通).

 

此三言者, 若推其極, 之治亦不過此. 若常人之言近, 則淺近而已矣.”

이(此) 세 마디 말(三言者)을, 만약(若) 그 끝가지(其極) 미루어가면(推), 요순의(之) 다스림도(治) 또한(亦) 이것(此)을 벗어나지 않는다(不過). 만약(若) 보통사람의(常人之) 말(言)이 천근하면(近則) 천근할(淺近) 뿐이다(而已矣).

 

氏曰: “上不敬則下慢, 不信則下疑, 下慢而疑, 事不立矣.

양씨가 말하기를: 윗사람(上)이 공경하지(敬) 않으면(不則) 아랫사람(下)이 오만하고(慢), 믿음을 주지(信) 못하면(不則) 아랫사람이(下) 의심하니(疑), 아랫사람이(下) 오만하고 의심하면(慢而疑), 일이(事) 서지(立) 않는다(不矣).

 

敬事而信, 以身先之也. 『易』曰: ‘節以制度, 不傷財, 不害民.’

경사이신(敬事而信)은, <자기> 몸으로(以身) 그것(之)을 먼저 함이다(先也). 역에 이르기를: 제도로써(以制度) 절제하고(節), 재물(財)을 잃지 않으면(不傷), 백성(民)을 해치지 않는다(不害).

 

蓋侈用則傷財, 傷財必至於害民. 故愛民必先於節用. 

대개(蓋) 사치스럽게(侈) 쓰면(用則) 재물을 상하고(傷財), 재물을 상함은(傷財) 반드시(必) 백성을 해치는 데(於害民) 이른다(至). 그러므로(故) 백성을 사랑함은(愛民) 반드시(必) 씀씀이를 아끼는 것을(於節用) 우선해야 한다(先)

 

然使之不以其時, 則力本者不獲自盡, 雖有愛人之心, 而人不被其澤矣.

그러나(然) 그들을 부리는(使之) 것이 때에 맞지(其時) 않으면(不以, 則) 근본에 힘쓰는 사람(力本者)이 자기를 다함을(自盡) 얻지 못한다(不獲)비록(雖) 백성을 사랑하는(愛人之) 마음(心)이 있더라도(), 사람들이(人) 그 혜택을(其澤) 입지 못한다(不被矣).

 

然此特論其所存而已, 未及爲政也. 苟無是心, 則雖有政, 不行焉.”

그러나(然) 이것은(此) 다만(特) 그(其) 보존하는 것(所存, 자기의 마음가짐)을 논한 것일 뿐(論而已), 정치함에(爲政) 미치지(及) 못했다(未-也). 진실로(苟) 이런 마음(是心)이 없다면(無-則) 비록(雖) 정치가 있더라도(有政), 행해지지 않을 것이다(不行焉).

 

胡氏曰:凡此數者,又皆以敬為主.

호씨가 말하기를: 무릇(凡) 이(此) 몇 가지(數者)는, 또(又) 모두(皆) 경으로써(以敬) 주를 삼는다(為主).

 

愚謂五者反復相因, 各有次第, 讀者宜細之.

내가 생각하기에(愚謂), 다섯 가지(五者)는 반복해서(反復) 서로(相) 원인(因)이 되고, 저마다(各) 차례(次第)가 있으므로(有), 읽는 자(讀者)는 마땅히(宜) 그것(之)을 자세히(細) 미루어 나가야 한다(推).


학이편 전체의 성격은 공문 학단에 오는 학생에게 군자의 덕성을 가르치려는 것이다. 사회 지도층이자 위정자로서 국가를 지도해야 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군자 덕성의 핵심이다. 군자는 정치의 원리를 깊이 깨달아야 한다. 공자의 시대는 전쟁 국가의 시대였다. 이런 시대에 정치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전쟁'이었다. 따라서 공자의 이야기에서 전쟁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공자세가에는 공자가 젊은 시절 제나라에 갔을 때 이 장과 관련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공이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을 때 '군군 신신 부부 자자'라는 대답을 한다. 크게 감탄한 경공이 며칠 있어 공자를 다시 불러 정치에 대해 또 묻는다. 그때 한 유명한 대답이 '정재절용政在節用'이다. 공자의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 한마디에 들어 있다. 공자가 노나라의 대사구가 되어 실행한 정책 기조가 소국에 어울리는 농업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절약형 경제정책이었다. 【김용옥, 논어 한글 역주1, 299-307】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