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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책읽기/한국시2

[황동규] 풍장 1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 몰래 시간을 떨어트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白金) 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다오. 바람 이불처럼 덮고 화장(化粧)도 해탈(解脫).. 2023. 11. 30.
[이성복] 남해 금산 남해 금산(錦山)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남해에 가면 남해 금산이 있고, 남해 금산에 가면 보리암이 있고, 상사암이 있다. 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보광사를 짓고 수도하여 보광산으로 불렸는데,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백일 기도를 마치고 조선을 개국해서 영산이라 해서 온 산에 비단을 둘렀다는 뜻으로 금산으로 불렀다는 전설이 있다. 상사암은 양반집 규수를 짝사랑하던 머슴에 얽힌 전설이 있다고 한다. 왜 하필 제목은 남해 금산이고, 그 여자는 돌 속으로 들어갔을까? 그 여자를 사랑한 남..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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