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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책읽기6

[황동규] 풍장 1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 몰래 시간을 떨어트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白金) 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다오. 바람 이불처럼 덮고 화장(化粧)도 해탈(解脫).. 2023. 11. 30.
[이성복] 남해 금산 남해 금산(錦山)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남해에 가면 남해 금산이 있고, 남해 금산에 가면 보리암이 있고, 상사암이 있다. 신라 시대 원효대사가 보광사를 짓고 수도하여 보광산으로 불렸는데,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백일 기도를 마치고 조선을 개국해서 영산이라 해서 온 산에 비단을 둘렀다는 뜻으로 금산으로 불렀다는 전설이 있다. 상사암은 양반집 규수를 짝사랑하던 머슴에 얽힌 전설이 있다고 한다. 왜 하필 제목은 남해 금산이고, 그 여자는 돌 속으로 들어갔을까? 그 여자를 사랑한 남.. 2022. 10. 4.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살아남은 자의 슬픔(Ich, der Uberlebende) 살아남은 자의 슬픔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 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내가 미워졌다. * 1941년에 쓴 라는 시에서 브레히트는 모스크바에서 병사한 슈테판, 스페인 국경에서 자살한 벤야민, 베를린 시대의 영화감독 콕호 등을 먼저간 친구들로 꼽았다. 독일 바이에른 왕국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출생했다. 1차대전에 징집되지 않으려고 뮌헨 대학교에서 의학을 전공했지만 결국 제1차 세계 대전 말기에 병원에서 의무병으로 했다. 192828년연극<서푼짜리오페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다. 정치적으로 좌파성향이면서, 초기에는 무정부주의 경향을 보였지만, 1920년대.. 2022. 6. 19.
[마르틴 니묄러] 침묵의 대가 -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을 덮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르틴 니묄러는 1892년에 독일 립슈타트에서 태어난 독일 루터교회 목사이자 신학자였다. 애초 민족 보수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던 니묄러는 아돌프 히틀러의 지지자였다. 하지만 성향을 바꿔 나치에 반대하는 고백교회의 설립자 중 한 명이 됐고, 나치에 물든 독일의 개신교를 비판했다. 또한, 니묄러는 나치.. 2022.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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