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정사 不과 非
'不'과 '非'는 한문의 대표적인 부정사다. 부정사는 명사나 동사와 같은 품사가 아니라 부정을 나타내는 단어라는 뜻이다. 품사로는 부사나 동사로 볼 수 있는데 주로 술어 앞에서 술어를 부정하므로 부정부사로 본다.
'不'과 '非'는 모두 '아니다'라는 뜻이지만 쓰임은 분명하게 다르다. '不'은 주로 동사나 형용사 앞에서 동작이나 상태를 부정하고, '非'는 명사 앞에서 상태를 부정한다. 따라서, '不' 다음에 오는 단어는 술어로 해석하고, '非' 다음에 오는 단어는 명사로 해석해서 부정한다.
王之不王, 不爲也, 非不能也. (맹자 양혜왕상)
왕이(王之) 왕 노릇 하지 못함(不王)은, 하지 않는(不爲) 것이고(也), 할 수 없는(不能) 것이 아니다(非也).
2. 존재를 부정하는 無와 莫
'無'와 '莫'은 모두 동작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 즉, 존재를 부정하는 단어로 '없다'라는 뜻을 가지지만 그 용법은 차이가 있다. '無'는 '有'의 부정이다. '有'가 존재의 출현을 나타낼 때, 의미상 주어가 목적어 자리에 놓이는 것처럼 '無'도 같은 어순을 가진다. 간혹 '無' 앞에 동작이나 상태의 주어가 온다면 '不'과 마찬가지로 '~지 않다, ~이 아니다'로 해석할 수 있다.
'莫'은 주어를 포함하는 부정어다. 따라서 '~하는 것/사람이 없다' 또는 '아무도/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처럼 해석한다.
項羽召見諸侯將, 入轅門, 無不膝行而前, 莫敢仰視. (사기 항우본기)
항우가(項羽) 제후(諸侯)의 장수(將)를 불러(召) 보려고(見), 원문에(轅門) 들어서자(入), 무릎으로 걸어서(膝行而) 앞으로 오지(前) 않는(不) 사람이 없고(無), 감히(敢) 올려(仰) 보는(視) 사람이 없었다(莫). / 아무도(莫) 감히(敢) 올려 보지(仰視) 않았다(莫).
3. 未와 드물게 쓰는 부정사
'未'는 '不'처럼 동사나 형용사 앞에 쓰고, '아직~하지 않는다'로 해석한다. 주로 어떤 시점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표현하려고 쓴다. 우리말로 번역할 때 '아직'을 포함하면 문장이 어색한 경우가 많아서 생략할 때가 많지만, 의미상 '아직'이 포함되도록 해석해야 한다.
얼핏 보면 '未'가 시제와 관련이 있어서 어조사 矣와 어울릴 것 같지만, '未'는 특정 시점에서 판단을 나타내는 부정사이고 어조사 也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未'는 직설적인 부정보다 완곡한 부정을 표현하는데 더 많이 쓰인다.
枉己者, 未有能直人者也. (맹자 등문공상)
자기를(己) 굽힌(枉) 사람(者) 중에, 남을(人) 곧게(直) 할 수(能) 있는 사람(者)은 있지(有) 않다(未-也).
한문에서 특정 한자를 일반적인 뜻으로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부정사도 이런 경우가 있다. '休(쉴), 末(끝), 微(작을), 亡(망할), 滅(멸망)' 등은 본래 의미와 다르게 부정사로도 쓴다.
4. 이중 부정
한문은 이중 부정으로 긍정의 뜻을 나타낼 때가 많다. '常止于不可不止, 항상 그치지 않으면 안 될 곳에서 그친다'는 '항상 그쳐야 할 곳에서 그친다'는 뜻을 나타낸다. 이중 부정은 '不可不止'처럼 두 개의 부정사가 연이어 나오는 경우다. 하지만 두 개의 부정사가 나오면 조건절을 이끌거나 병렬을 나타낼 수도 있다는 점을 조심해야 한다.
(병렬) 君子不憂不懼. (논어 안연)
군자는(君子) 근심하지 않고(不憂) 두려워하지 않는다(不懼).
(조건) 小人不恥不人. (주역 계사전)
소인은(小人) 수치스럽지 않으면(不恥) 사람다워지지 않는다(不人).
이중 부정을 나타내는 부정사는 여러 조합이 있을 수 있다. '非不(비불)', '莫不(막불)', '無不(무불)' 등이 주로 쓰이고, '不可不(불가불), 不得不(부득불)' 은 모두 "必(필) 반드시'의 뜻이 됩니다.
5. 부정문에서 부사와 대명사의 위치
우리말에서 부사는 위치가 자유롭고, 위치가 달라져도 뜻이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문에서, 특히 부정문에서는 부사의 위치가 자유롭지 않다. 부사가 부정사 앞에 놓이는가, 뒤에 놓이는가에 따라 의미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不必然'은 부사가 부정사 뒤에 와서 일부만 부정한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必不然'은 부정사 앞에 와서 동작이나 상태 전부를 부정한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이중 부정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이중 부정은 강한 긍정을 나타내므로 부사의 위치에 따른 의미 차이가 없습니다.
부정사가 쓰인 문장에서 대명사가 목적어일 경우 일반적인 '부정사+술어+목적어'구조가 아니라 '부정사+목적어+술어'구조를 가진다.
<출처: 한 번은 한문 공부 / 정춘수 / 부키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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