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정을 나타내는 則(卽)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주역 계사 하)
궁하면(窮則) 변하고(變), 변하면(變則) 통하고(通), 통하면(通則) 오래간다(久).
가정은 사실이 아니거나 일어나지 않은 일을 전제로 한다. 우리말에서는 가정하는 대상에 '~면, ~라면, ~거든' 등의 어미를 붙여서 가정을 나타낸다. '則'은 한문에서 이런 가정을 나타내는 부사이자 접속사이다. 주로 단어나, 어구, 절 사이에 쓰고, 앞에 오는 단어, 어구, 절에 가정의 의미를 보태준다.
'則'이 절과 절 사이가 아니라 병렬되는 절 안에 쓰였으면 가정의 뜻이 아니라 두 절의 대비 관계를 보여준다. 이때는 '~하면'으로 풀이하기보다 '~은/는'으로 풀이하는 것이 우리말에서는 더 자연스럽다.
其室則邇, 其人甚遠. (시경 정풍)
그(其) 집으로(室) 말하자면(則) 가깝지만(邇), 그(其) 사람은(人) 아주(甚) 멀다(遠).
2. 가정을 나타내는 '若, 如, 而'
譬如爲山, 未成一簣, 止, 吾止也. (논어 자한)
산을 쌓는(爲山) 일에 비유(譬)하자면(如), 한(一) 삼태기(簣)를 이루지(成) 못하고(未), 그만둠도(止), 내가(吾) 그만둔 것이다(止也).
'如'는 '則'과 더불어 가정을 나타내는 표지로 가장 많이 쓰는 부사이자 접속사입니다. 우리말로 풀면 '만약 ~한다면' 정도가 됩니다. '如'가 서술어로 쓰이면 '~와 같다'라는 뜻입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보여주는 가정에서 '~와 같다'는 뜻을 가진 '如'를 전용해서 쓴 것입니다. 특히, 조사가 없는 한문에서 가정을 나타내는 대상 앞에 '如'를 붙여서 가정을 표시하면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발음이 비슷한 '若'이나 '而'도 '如'와 같은 방법으로 씁니다.
3. 가정을 나타내는 관용 표현
好仁不好學, 其蔽也愚. (논어 양화)
인을 좋아하고(好仁) 배움을 좋아하지(好學) 않는다면(不), 그(其) 폐단은(蔽也) 어리석음이다(愚).
있는 것을 없다고 하거나, 없는 것을 있다고 하면 가정이 됩니다. 따라서 실제 사실이 아닌 부정사구나 절이 문장 앞에 오면 가정을 나타냅니다. 즉, '不AB'는 'A 하지 않으면 B 하다'로 가정문으로 해석합니다. '非AB'도 같은 구조입니다. 다만 '非'는 명사를 부정하는 부정사이므로, 'A가 아니라면 B다'라는 뜻으로 뒤에 명사(구)가 올 것입니다.
4. 가정의 표시 '使, 苟'
但使主人能醉客, 不如何處是他鄕 (이백, 객중작)
다만(但) 주인이(主人) 길손을(客) 취하게(醉) 할(能) 수 있다면(使), 어느 곳이(何處) 바로(是) 타향(他鄕) 인지도 모르게(不如)
'使'는 남으로 하여금 동작을 하게 하는 사동을 표현하는 동사다. 그런데 이런 시키는 행위가 현재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면, 가정의 의미를 나타낼 수도 있다. 위 시의 길손도 현재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된다면 좋겠다는 독백이라고 보아야 한다. '但使', '若使', '設使'는 '使'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앞의 부사를 해석하기도 하지만 한 단어처럼 쓰기도 합니다.
'진실로苟'도 '使'와 비슷하게 가정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苟'가 현재 벌어지는 상황을 수식하는게 아니라면, '진실로 ~한다면, 진실로 ~라면'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부사어로 쓸 때 '苟'와 비슷한 뜻을 가지는 '誠, 信'도 가정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5. 양보를 나타내는 ' 雖, 縱'
昔者, 天子有爭臣七人, 雖無道, 不失其天下. (효경 간쟁)
옛날에(昔者), 천자가(天子) 간쟁하는 신하(爭臣) 일곱만(七人) 있으면(有), 비록(雖) 도가 없어도(無道), 그 천하를(其天下) 잃지 않았다(不失).
<출처: 한 번은 한문 공부 / 정춘수 /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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