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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四書) 독해/고본대학(古本大學) 한문 문법(文法) 분석

[고본대학(古本大學) 들어가기 8] 주희의 격물론(格物論)과 치지론(致知論)

by ഗൗതമബുദ്ധൻ 2022.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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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지致知'의 다양한 해석 가능성

'치지致知'라는 말에서 '치致'는 보통 '이르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치지致知'를 상식적으로 풀이하면 '앎에 이르다'라는 간단한 풀이가 가능하다. 또한, '치致'를 '이루다'라는 뜻으로도 쓸 수 있으므로 '앎을 완성하다'라고 해석해서, 극한의 완성된 경지를 나타낸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정현도 '치致'를 '지至'로도 쓸 수 있다는 주를 달았는데, 이는 대학 원문의 불명확함에서 기인하는 문제다. 대학에는 '치지재격물致知在格物'이란 구문 다음에 '물격이후지지物格以後知至'라고 해서 '치致'에 해당하는 동사를 '지至'로 바꾸었다.

사마광의 '치지致知' 해석

'지至'라는 글자는 '이르다'라는 뜻도 있지만, 동시에 '지극함', '지극한 경지에 이르다'라는 뜻도 있다. 사마광은 '외물을 잘 한어하면, 지극한 도를 알 수 있다'라고 해석해서 '치지致知'를 '지극한 도를 안다'라고 이해했다. 이런 해석은 주희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주희는 이미 '격물格物'의 '격格'을 '지至(이르다)'라고 해버렸는데 '치지致知'의 '치致'도 '이르다'라고 해버리면, '치지재격물致知在格物'은 '지지재격물至知在格物(앎에 이르는 것은 물에 이르는 것이다)'라는 이상한 명제가 돼버린다. 그래서 '치지致知'의 '치致'에 무언가 다른 의미를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주희의 외적 공부(격물), 내적 공부(치지)

주희는 그의 문인 황자경의 질문에 답하는 편지에서 '격물格物'과 '치지致知'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하고 있다. '격물'은 단지 개별 사물에서 그 사물의 이치를 온전하게 탐구하는 것'이고, '치지'는 그렇게 물리를 탐구해서 얻은 이후에 내 자식 자체를 온전하게 만들어 가는 내면적 행위'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격물과 치지는 다른 두 개의 사태가 아니며, 모두 궁리라는 하나의 과정에 속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격물과 치지의 상호 보완

격물과 치지는 내외 과정으로 확연하게 이원화되지 않는다. 격물은 자연히 치지가 따르고, 치지를 위해서는 항상 새로운 격물이 필요하므로 양자는 상호 보완 발전하는 관계이다. 주자는 어류에서도 이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치지는 반드시 격물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학인들이 치지를 한다고 방 안에 틀어박혀 관념적 심사만 굴리고 구체적인 사물에 즉하여 탐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대학장구의 치지격물 해석

주희의 이런 고민을 알면 대학장구의 '치지재격물'에 대한 주희의 주석이 명확해진다.

致推極也, 知猶識也. 推極吾之知識, 欲其所知無不盡也.

치(致)는, 극한까지 나아가는 것이고(推極也, 추론함), 지(知)는 식과 같다(猶識也). 나의(吾之) 지식을(知識) 끝까지(極) 밀고 나가서(推), 그(其) 아는 것이(所知) 다하지 않음이(不盡) 없도록(無) 하려는 것이다(欲也).


格至也, 物猶事也. 窮至事物之理, 欲其極處無不到也.

격(格)은 이른다는 것이다(至也), 물은(物) 사와 같다(猶事也). 사물의(事物之) 이치를(理) 끝까지 이르고(窮至), 그(其) 극처에(極處) 도달하지 않음이(不到) 없게(無) 하려는 것이다(欲也).

주희가 '지知'를 '식識'이라고 했는데 '식識'은 '식별하다, 이해하다'라는 뜻이 있고, 매우 명료한 개념적 지식을 말한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지식'이란 단어와 큰 차이가 없다. 모든 '물物'에는 '리理'가 구비되어 있고 '심心'에는 '지知'가 구비되어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치지'는 궁극적으로 '전지全知', 즉 전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주자의 격물치지는 격물과 치지의 관계는 변증법적이며 '知'의 확대 과정에서 순환하는 구조로 주지주의 성격이 강하다. 지와 행을 구분한다면 항상 지가 우선이다. 정확하게 아는 것이 행동의 기초가 된다. (대학학기 한글 역주, 김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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