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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四書) 독해/고본대학(古本大學) 한문 문법(文法) 분석

[고본대학(古本大學) 들어가기 7] 격물(格物) 해석의 변천: 정현에서 주희까지

by ഗൗതമബുദ്ധൻ 202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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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 : '격格' = '래來'

정현은 '치지재격물致知在格物'에 대하여 '격'은 온다는 뜻이다. '물物'은 '일事'과 같다. 즉, 그 앎이 선한 것에 깊으면 선한 일이 오고, 그 앎이 악한 것에 깊으면 악한 일이 온다.라고 주를 달았다.

 

그럴듯한 해석이지만 정현의 주에서 자주 나오는 근거 없는 임의적 해석이다. '격格'을 '래來'라고 풀은 용례를 '상서'에서 볼 수 있다고 하지만 불확실하다. 격格'과 '래來'는 자형으로 보나, 의미적으로 보나 별로 연관이 없다. 시서 이래의 고경이나 전국말 문헌에서도 '격格'을 '래來'로 훈하는 용례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사마광의 물폐(物蔽)와 한어(捍禦)

사마광은 '물物'을 도덕적 판단의 대상으로 보았고, 우리의 욕심, 이심을 촉발하는 유혹의 주체로 여겼다. 인간의 본능인 감정도 도덕적 행위의 숭고함은 알지만, 정이 인의에 반하는 방향으로 쏠리는 것은 물의 유혹 때문이다. 따라서 '격물格物'은 물이 나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을 의미한다. '격물格物'의 '격格'은 '한어扞禦'로 해석된다. 

 

사마광의 해석도 정현의 해석을 완전히 탈피한 것은 아니다. '물物'이 나에게 오는 것은 나의 정이 물욕으로 오염되는 것이고, 그러므로 '한어扞禦'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격格'을 '래來'라고 풀이한 것을 '고인의 뜻을 다 발현시키지 못한 해석(未盡古人之意)'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주희: 격格=지至

주희는 정이천의 설을 따랐다. 정현과 이고는 '격물格物'을 '나의 마음에 따라서 물物이 온다來'라고 해석한 것인데, 객관적 지식론을 주장하는 주희는 '물이 온다'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그래서 '온다'라는 표현 대신 '간다'라는 표현을 썼다.

 

'물物'은 오거나 가거나 할 수 없는 객관적 사태이고, 주희는 '물物'을 '리의 담지자'로 보았다. 따라서 '격格'이란 동사는 객관적인 '사물의 리'에 '도달한다, 이른다'라는 뜻을 내포하게 된다. 즉, 객체가 주체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객체에게 가는 것이다. 나의 마음이 사물의 법칙에 이른다는 것은 나의 마음이 사물의 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주희의 물(物) 해석

주희는 '물物'을 단순히 시공을 점유하는 물체나 주체와 분리된 객체 또는 생명이 없는 무기적 사태로 보지 않았다. 우리말에서 사람을 말할 때도 '인물'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주자학적 세계관과 연결된다. 물은 우리말의 '것'에 비견되는 것으로 요즘 말로는 '이벤트, 사건'에 해당한다.

 

즉, '물物'은 광범위하게 자연현상, 사회현상, 문화현상 등 모든 현상을 포함하고, 우리 사고의 모든 유무형의 영역을 포함한다. 사람의 마음도 물이다. 이런 의미에서 '물'은 '사'와 같다고 풀었다. 또한 '격물格物'의 물은 객관적인 사태이고, '격格' 되어야 하는 이치의 세계일 뿐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사마광과 주희의 '물物'

사마광과 주희의 큰 차이는 '물物'의 해석이다. 사마광은 물을 우리가 인의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하는 유발자, 유혹으로 봤다. 하지만 주희의 물은 이미 '리일분수'와 같은 거대한 우주적 사태이며, 우리 사고의 모든 영역을 내포하는 거대한 담론이다.

 

이러한 차이는 대학이라는 서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사마광은 대학을 제왕의 치세술로 규정한다. 사마광은 제왕의 이상적 통치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 격을 한어라고 해석했을 때는 제왕이 간신이나 환관 같은 부당한 유혹에서 자신을 지켜야 하는 생각이 깔려 있다. 

 

주희는 사마광과 다르게 황제의 문제보다 과거를 통해 정계에 진출한 사대부 계급의 도덕성 문제에 더 집중했다. 민생을 직접 담당하는 신흥관료는 소극적인 '한어'의 문제가 아니라 적극적인 '궁리'의 문제, 현실을 지배하는 객관적인 이치를 탐구하는 것이 더 요구되었다. 그는 격물을 이러한 궁리의 요청에 맞게 해석했다. 민생을 책임지는 관료는 구체적인 사물의 이치를 하나라도 더 조사하고 터득하는 객관적 격물이 절실하게 요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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