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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四書) 독해/고본대학(古本大學) 한문 문법(文法) 분석

[고본대학(古本大學) 들어가기 9] 정주(程朱)의 경전(經傳) 체제 날조

by ഗൗതമബുദ്ധൻ 2022.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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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도와 정이천의 '개정대학'

우리나라 유학사에서 보자면 '대학'이라는 텍스트는 당초 사서의 한 구성물로 들어왔고, 사서집주에 포함된 대학은 주희의 인식 구조 안에서 변형되고, 재해석된 대학장구라는 텍스트였다. 주희가 고경을 이처럼 변조한 것은 대학의 역사에서 보자면 최초의 시도는 아니었다. 그는 존경하는 선배인 이정의 선례를 따른 것뿐이다. 

 

정명도와 정이천은 '대학'이라는 텍스트가 매우 혼란스럽다고 생각하고 자기 나름대로 그 배열을 바로잡은 '개정대학'이란 텍스트를 제시했다. 두 사람의 재배치 결과는 '하남정씨경설'에 남아 있다. 북송 시대의 자유로운 학문 풍토에서 주희는 이들의 노력을 경전 체제로 보다 치밀하게 완성했다. 

 

사자서와 도통

주희에게는 한유로부터 내려온 강렬한 도통의식이 있었다. 공자→증자→자사→맹자로 이어지는 계보를 정당화하려고 네 사람의 작품을 각기 '경經' 수준의 준거로 제시라려고 노력했다. 공자에게는 논어가, 자사에게는 중용이, 맹자에게는 맹자라는 작품이 있지만, 문제는 증자였다. 주희는 아무런 근거 없이 '대학'을 증자의 작품으로 내세웠다. 사서는 이런 강렬한 도통의식의 결과물이었다. 

 

주희는 매우 개념적인 사람이었는데 대학은 그에게 풍요로운 개념을 선사했다. 그가 '대학장구서'에서 말한 것처럼 '대학'은 '국가화민성속지의國家化民成俗之意'였고, '학자수기치인지방學者修己治人之方'이었다. 이 두 마디에 주희가 지향하는 모든 것이 담겨있다. 

 

대학만 알면

심지어 주희는 '주자어류'에서 대학만 제대로 알면 타 경전은 다 '잡설'이라는 표현까지 쓴다. 또한, 사서 중에서 대학이야말로 유학의 가치관을 총 망라한 기본 경전으로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으로 권했다. 

 

學問須以大學為先, 次論語, 次孟子, 次中庸. 中庸工夫密, 規模大. 某要人先讀大學, 以定其規模; 次讀論語, 以立其根本; 次讀孟子, 以觀其發越; 次讀中庸, 以求古人之微妙處. 大學一篇有等級次第, 總作一處, 易曉, 宜先看. 論語卻實, 但言語散見, 初看亦難. 孟子有感激興發人心處. 中庸亦難讀, 看三書後, 方宜讀之. 

학문은(學問) 모름지기(須) 대학을(以大學) 우선으로(先) 삼아야 한다(為), 다음이 논어이고(次論語), 다음이 맹자이고(次孟子), 다음이 중용이다(次中庸). 중용의(中庸) 공부는(工夫) 정밀하고(密), 규모가(規模) 크다(大). 

공부하려는 사람은(某要人) 먼저(先) 대학을(大學) 읽어서(讀, 以) 그(其) 규모를(規模, 윤곽과 구조) 정하고(定); 다음으로(次) 논어를(論語) 읽어서(讀, 以) 그 근본을(其根本) 세우고(立); 다음으로(次) 맹자를 읽어서(讀孟子, 以) 그 발월(其發越, 뻗어 나가는 모습)을 보고(觀); 다음으로(次) 중용을 읽어서(讀中庸, 以) 옛사람의(古人之) 미묘처를(微妙處) 찾아야 한다(求).

대학 한 편에(大學一篇) 등급과(等級) 차제가(次第) 있어서(有), 모두(總) 한 곳에(一處) 있어서(作), 깨닫기 쉬우니(易曉), 마땅히(宜) 먼저 본다(先看). 논어는(論語) 구체적이지만(卻實), 다만(但) 언어가(言語) 흩어져 보이고(散見), 처음 보면(初看) 또한(亦) 어렵다(難). 맹자에는(孟子) 사람의 마음을(人心) 감격하게 하고(感激) 흥발시키는(興發) 곳이(處) 있다(有). 중용도(中庸) 또한(亦) 읽기 어려우니(難讀), 세 책을 보고(看三書) 나서(後), 비로소(方) 마땅히(宜) 그것을 읽는다(讀之). 

 

선진문헌의 경전 체제와 주희의 대학장구

'한비자'의 '내저설'과 '외저설'편을 보면 그 형식이 압축적 내용을 담은 '경經'이 앞에 나오고, 그 뒤에 경의 내용을 설명한 '설說'이 나온다. '경經'은 압축된 논술체 문장이고, '설說'은 그 논술을 설명하는 사례들이다. 

 

주역에도 '경經'과 '전傳'이 있는데, '계사전繫辭傳'이란 '괘사'와 '효사'에 매달린 설명이란 뜻이다. '계사'와 '효사'는 곧 경을 의미하고, 그 경을 해설한 전이라는 구조가 된다. 압축된 내용을 전달하는 '경문經文'이 나오고, 그 경문을 설명하는 '설說'이나 '전傳'이 뒤따르는 형식이 전국 말기에 하나의 전형으로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주희는 이런 경전체제에 맞춰서 대학을 경과 전으로 구분했다. 맨 처음의 '대학지도大學之道'부터 '미지유야未之有也'까지의 205 글자를 '경'으로 보고, '공자가 말한 것을 증자가 전술했다'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증자의 문인이 증자의 뜻을 기록한 '전'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전을 열 개 장으로 나눴는데, 기본적으로 경을 차례대로 해설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앞의 경과 순서가 맞지 않는 문제가 생기자 '예기' 속의 '대학'의 배열을 바꿀 필요가 생겼고, 이런 재배열 작업의 결과가 주희의 '대학장구'다. 

 

이정과 주희의 대학 인식

주희에 앞서 대학을 재배치한 정명도와 정이천은 주희와 조금 다르게 대학을 바라보았다. 대체로 정명도는 '성의誠意'를 중심으로 보고, 정이천은 '치지격물致知格物'에 좀더 관심이 많았다. 이것을 '지행知行'의 문제로 보면 '치지격물'은 '지'의 문제가 되고, '정심성의'는 '행'의 문제가 된다. 명도는 행을 강조했고, 이천은 행과 지의 변증법적 관계를 강조했고, 주희는 '지'의 독자성을 강조하려고 노력했다. (대학학기 한글역주, 김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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