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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문법/한문 문법 구조 분석

[한문 해석 공식: 프롤로그] 사건 의미로 해석하라

by ഗൗതമബുദ്ധൻ 2022.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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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사건의미로 해석하라

이 책은 '고대중국어/한문 해석 공식'을 탐구하여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둔다. 그 샘플은 『논어』 개별 문장이다. 논어를 예로 하는 이유는, 그것이 고대중국어의 명실상부한 대표 문건이며, 대화체로서 생략현상이 엄청나지만, 오늘 우리가 환원하여 즐길 수 있는 대상이 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성문법의 '경동사 이론'으로 『논어』 문장이 어떻게 조직되고, 또 해석되는지 말할 것이다. 특히 경동사 '사건의미'로 논어 속 '같은 구조, 다른 해석'의 빗 장을 풀어낸다.

 

언어학에서 '구조가 다르면, 의미가 다르다.'는 말은 기본상식이다. 그런데 한문에서는 같은 구조로 보이는데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는 예가 너무 많다. 그중 하나를 보자.

 

(1) a. 孺悲s欲見v孔子o, 孔子辭以疾。陽貨20 b.

      b. 陽貨s欲見v孔子o, 孔子不見, 歸孔子豚。陽貨1

 

두 문장에서 '孺悲s欲見v孔子o'와 '陽貨s欲見v孔子o’는 구조상 'SVO'로 완전히 같다. 등장인물들의 사회적 배경도 유사하다. 즉 공자를 제외한 두 인물들은 모두 공자 당대의 세 도가들이다. 이 정도면 당연히 주어 위치의 사람 이름만 바뀐 똑같은 방식의 해석을 기대할 수 있겠다. 그러나 양상은 영 딴판이다.

 

(2) a. 유비가 공자를 만나려 하였으나, 공자는 병을 핑계로 (유비와의 만남을 거절하였다. 

      b. 양화는 공자로 하여금 자기에게 나와 알현하게 하였으나, 공자가 알현하지 않자, (양화가) 공자에게 새끼돼지 요리를 보냈다.

 

무엇이 다른가? 우선 각 주어의 의미적 역할이 다르다. a의 '孺悲'는 의지적 행위자인 반면, b의 '陽貨'는 공자로 하여금 알현하게 하는 행위를 유발하는 원인자 (causer)>이다. 또, 두 곳의 '공자' 역시 그 의미적 역할이 다르다. a에서는 유비가 만나려는 대상자(theme)>이지만, b에서는 양화의 명령이나 희망에 따라 행동하는 소위 <경험자(experiencer)〉이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차이는 경동사 때문에 발생한다. 즉, 두 문장의 사건의미가 다르다. 먼저 문장의 시작점인 동사 '見'을 보자. 두 경우의 발 음이 다르다. a는 'jian(견)'이고, b는 'xian(현)'이다. 즉, a의 '見'은 [~을 보다]라는 동사의 위에 '활동[DO]' 표시 경동사가 개입하여, 이 동작이 주어의 [+의지]적 활동임을 나 타낸다. 반면 b의 '見'은 [~에게 뵈이다]라는 동사의 위에 '원인-변화결과'표시의 두 경동사가 개입하여, 이 동작이 <원인자> 주어에 의한 <경험자>의 '피동'적 행위임을 나타낸다. 이는 바로 '사역' 사건의미이다.

 

우리의 뇌는 사건(event)을 감지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명제화하여 인식하고, 반응하고, 저장하다. 이처럼 사건을 명제화한 의미를 '사건의미(eventuality meaning)'라 한다. 사건 의미는 '활동[DO]', '상태[BE]', '변화결과[BECOME]', '원인[CAUSE]-변화결과[BECOME 등의 면목로 나뉜다. 본서는 논어 문장을 문형별로 분류하고, 이 사건의미를 각각 적용하여 해당 구(phrase)를 해석한다. 즉, 논어 구의 개별 문장에 대해 목적어와 보어의 유무에 따라 'SVO', 'SVC', 'SVOC'의 세 가지 문형을 설정하고, 다시 해당 문형에서 문장성 분의 생략에 따라 총 8개의 파생문형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위에서 말한 네 종류의 사건 의미를 각각 적용하여 해석한다.

 

사실 이전 시대 논어에 대한 이 해방식은 언어학적이라기보다 기본적으로 철학적이고 정치학적인 것이라고 여겨진다. 반면, 본서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언어를 '뇌 활동'으로 보는 촘스키(N. Chomsky, 1928-) 교 수의 생성문법이론을 배경으로 한다. 그중에서도 최소주의 방안(The Minimalist Program, MP)과 관련된 경동사(輕詞, light verb) 이론이 주가 된다. 이제 이 천년 이상의 긴긴 시 간, 켜켜이 쌓인 문화의 철갑 속에서 논어 어구를 꺼내 언어학적으로 음미해 보자. 참 오래된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명제가 인간 공자의 '뇌 속'에서 생성된 것이라면, 지금 우리의 뇌 속에서도 동일한 알고리즘(algorism)으로 작동하지 않겠는가? (한문 해석 공식, 김종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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