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언어학습 방법의 하나가 '패턴(pattern) 학습법'이다. 그러나 '패턴의 한계'는 무엇인가? 바로 패턴의 수 문제이다. 도대체 몇 개의 패턴을 제시할 것인가? 한문의 문형만 하더라도 몇 개에서 수십 개까지 제각각 제시한다. 패턴을 조하는 사람들은 사용 빈도수가 높으면 무조건 패턴이라는 이름을 들이대는 것 같다.
패턴의 수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그것은 '같은 패턴 서로 다른 해석'이다 같은 구조에 심지어 같은 동사를 쓰는 데도 해석이 달라진다. 사실 그런 예가 매우 많 한문 해석이 어렵다는 것이다.
(7) a. 子爲SV政O.(焉用殺?) (顔淵19)
b. 그대가 정치를 하는데, (어찌 살인의 방법을 쓰렵니까?)
(8) a.(孝弟也者其S爲V仁之本O! (學而2)
b. (효제라는 것은 말이지.) 그것은 인의 뿌리이다!
(9) a.克己復禮S爲V仁O.(顔淵1)
b. 극기복례는 인이 된다.
(10) a. 天S將以夫子爲V木鐸O. (八佾24)
b. 하늘이 장차 선생님으로 하여금 목탁이 되게 하려 한다.
네 문장 모두 동일한 'SVO' 유형의 문장이며, 같은 동사 '爲'를 사용한다. 그런데 해석이 제각각이다. 왜 그럴까? 각 문장마다 동사 '爲'의 상위계층에서 작동하는 경동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7)은 '활동[DO]', (8)은 '상태[BE]', (9)는 '변화결과[BECOME]', (10)은 '원인[CAUSE]-변화결과[BECOME]'의 사건의미이다. 이 경동사들이 동사 '爲'의 상위 계층에서 작동하면서 각각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사건의미를 활성화한다.
우리는 이 사건의미를 매우 중시한다. 따라서 논어 구의 개별 문장에 대해 목적어와 보어의 유무에 따라 'SVO', 'SVC', 'SVOC'의 세 가지 기본문형을 설정하고, 다시 해당 문형에서 문장성분의 생략에 따라 총 8개의 파생문형을 제시한 후, 이에 대해 위에서 말한 네 종류의 사건의미를 적용하여 해석한다.
한문의 해석에 있어 패턴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개별 문장의 사건의미 파악이다. 이미 (7)-(10)에서 보았듯 같은 패턴(/유형)의 문장이라 해도 해당 문장이 나타내는 사건의미가 무엇이냐를 파악할 때, 비로소 해당 문장을 정확하 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문 해석 공식, 김종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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