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子曰: “禮之用(예지용), 和爲貴(화위귀). 先王之道斯爲美(선왕지도사위미), 小大由之(소대유지).
유자가 말하기를: 예의(禮之) 쓰임(用)에는, 조화(和)가 귀한 것이다(爲貴). 선왕의(先王之)도(道)가 이것(斯)을 아름답게 여겼고(爲美), 작고 큰(小大) 일이 이것으로(之) 말미암았다(由).
* 禮之用, 和爲貴 : '禮之用은 禮를 강조하기 위해서 禮앞으로 빼고 어조사 '之'를 뒤에 붙여 목적어 전치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예를 쓰는 것은'이라고 해석한다. 단순히 '之'를 소유를 나타내는 어조사로 보고 '예의 쓰임은'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和爲貴'에서 爲(위)는 '~이다'라는 뜻의 동사다. 일반적으로 그 뒤에 명사나 대사가 오지만 명사로 전용된 형용사가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함이다' 또는 '~한 것이다'라는 뜻이 되고 이는 결국 '~하다' 또는 '~한 셈이다'라는 뜻이 된다.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백성이 귀중하고 사직은 그다음이고 임금은 대수롭지 않다.) <孟子 盡心 下>] <논어의 문법적 이해, 류종목>
* 斯爲美 : A爲B(A를 B라고 여기다, 말하다, 삼다). 斯(사) 앞에 以(이)가 생략되었다.
* '예와 악'은 중국 고전에서 항상 하나의 개념으로 자주 등장한다. 예는 단순히 예절이나 절차를 의미하지 않는다. 예는 고래의 선왕지도를 말하고, 선왕지도는 인간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모든 의례를 총칭한다. 선왕지도는 곧 사회질서다. 현대의 우리는 이러 의례를 허례허식의 구조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대의 예는 독립적이지 않고 반드시 악과 함께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禮之用 和為貴라는 말을 추상적으로 이해하고 자사의 중용사상과 연결시키거나, 용이라는 표현 때문에 체용론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 고전의 '예악' 개념과 선왕지도의 핵심을 파악한다면, 예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음악의 조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하면 다음 문장의 '斯'의 의미가 좀 더 명확하다. 선왕지도는 '이것, 예와 악의 조화'를 가장 아름답게 여겼다고 새길 수 있다. (논어한글역주, 김용옥)
禮者, 天理之節文, 人事之儀則也. 和者, 從容不迫之意.
예란(禮者), 천리의(天理之) 규범(節文)이고, 인사의(人事之) 법칙이다(儀則也). 조화란(和者), 차분(침착)하고(從容) <일이 닥쳐도> 급하지 않다는(不迫之) 뜻이다(意).
* 節文(절문): 예절에 관한 규정
* 儀則(의칙): 의식의 규칙
* 從容(종용): 침착하고 덤비지 않음, 조용의 원말.
* 예와 악이 상호 보완적일 때, 모든 인간관계가 원만하게 이루어진다. 공자가 예와 악을 연칭해서 부른 이유다. 공자가 말한 예는 상하좌우로 얽힌 인간관계와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규제하는 일체의 예절과 관행을 말하고, 주자가 말한 형이상학적인 천리와는 거리가 멀다. (교양인의 논어, 신동준)
蓋禮之爲體雖嚴, 而皆出於自然之理, 故其爲用, 必從容而不迫, 乃爲可貴.
대체로(蓋) 예가(禮之) 체됨이(爲體) 비록(雖) 엄격하지만(嚴, 而), 모두(皆) 자연의(自然之) 이치(理)에서(於) 나왔고(出), 그러므로(故) 그 용됨이(其爲用), 반드시(必) 침착하고(從容而) 급박하지 않아야(不迫), 곧(乃) 귀함(可貴)이 된다(爲).
先王之道, 此其所以爲美, 而小事大事無不由之也.
선왕의(先王之) 도(道)는, 이것이(此) 그(其) 아름다움이 되는(爲美) 까닭이고(所以), 그러므로(而) 작은 일(小事)과 큰 일(大事)이 이것에서(之) 말미암지 않는(不由) 것이 없다(無也).
有所不行(유소불행), 知和而和(지화이화), 不以禮節之(불이예절지), 亦不可行也(역불가행야).”
<때로는> 행해지지 못하는(不行) 것이(所) 있으니(有), 조화(和)만 알아서(知而) 조화만 추구(和)하고, 예로써(以禮) 그것을 절제하지(節之) 못하면(不), 또한(亦) 행해지지(可行) 못하는 것이 있다(不也).
* 有所不行 : 所(소): ~하는 바, ~하는 것. 주어와 술어 사이에 쓰여 주술 구조를 명사구로 만들어주는 특수 대사다. 이 문장에서 不行(불행)의 주어는 생략되어 있으며 所不行(소불행)은 명사구로서 有(유)의 목적어가 되고 있다. <논어의 문법적 이해, 류종목>
* 예기 악기에는 '악은 같아지기 위함이고, 예는 달라지기 위한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인간관계에서 예는 사람 사이의 마땅한 바를 분별하고, 사람 사이의 다름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은 다름과 공경만으로 살 수 없다. 음악, 예술은 이러한 다름을 같아지는 방향으로 돌리는 역할을 한다. 그러기에 예와 악은 서로 필요한 조화의 관계이면서 긴장의 관계이다. 즉, 오직 조화만을 알고 조화만을 귀하게 여기면 결국 흐르게(질탕하게) 된다. 조화는 반드시 예로써 절제해야 한다. 예가 없는 악은 광란이고, 악이 없는 예는 구속일 뿐이다. 이것이 곧 예와 악의 긴장 관계이다. <김용옥, 논어한글역주1, 368-375>
承上文而言, 如此而復有所不行者, 以其徒知和之爲貴而一於和, 不復以禮節之, 則亦非復禮之本然矣, 所以流蕩忘反, 而亦不可行也.
윗글(上文)을 이어서(承而) 말하기를(言), 이와 같지만(如此而) 다시(復) 행해지지 않는(不行) 것이(所) 있다는(有) 것은(者), 그것으로써(以其) 단지(徒) 화가 귀함이 됨(和之爲貴)을 알아서(知而) 화에만(於和) 집중하고(一),
不復以禮節之, 則亦非復禮之本然矣, 所以流蕩忘反, 而亦不可行也.
다시(復) 예로써(以禮) 그것을 절제하지(節之) 않으면(不, 則), 또한(亦) 예의(禮之) 본래 모습(本然)을 회복함(復)이 아니다(非矣), 방탕한 데로 흘러(流蕩) 돌아올 것을 잊기(忘反) 때문에(所以), 그래서(而) 또한(亦) 행해지지(行) 않는다(不可也).
○ 程子曰: “禮勝則離, 故禮之用和爲貴. 先王之道以斯爲美, 而小大由之.
정자가 말하기를: 예가 지나치면(禮勝則) <사람이> 떠나고(離), 그러므로(故) 예의(禮之) 쓰임(用)에서 화(和)가 귀하게 된다(爲貴). 선왕의(先王之) 도(道)가 이것으로써(以斯) 아름답게 되었으며(爲美, 而) 작고 큰 것이(小大) 이것(之)으로 말미암았다(由).
樂勝則流, 故有所不行者, 知和而和, 不以禮節之, 亦不可行.”
악이 지나치면(樂勝則) 방탕하게 흐르며(流), 그러므로(故) 행해지지 않는 것(所不行者)이 있으니(有), 화만을 알아서(知和而) 화하게만(和) 하고, 예로써(以禮) 그것을 절제하지(節之) 않으면(不), 또한(亦) 행해지지(行) 않는다(不可).
范氏曰: “凡禮之體主於敬, 而其用則以和爲貴. 敬者, 禮之所以立也; 和者, 樂之所由生也. 若有子可謂達禮樂之本矣.”
범씨왈: 무릇(凡) 예의(禮之) 체(體)가 공경을(於敬) 위주로 하지만(主, 而) 그 쓰임은(其用 則) 조화를(以和) 귀하게 여긴다(爲貴). 경은(敬者), 예가(禮之) 서는(立) 방법이요(所以也); 화는(和者), 악이(樂之) 말미암아 생겨나는 것이다(所由生也). 유자(有子) 같은(若) 사람은 예약의(禮樂之) 근본(本)을 통달했다고(達) 말할(謂) 수(可) 있다(矣).
愚謂嚴而泰, 和而節, 此理之自然, 禮之全體也. 毫釐有差, 則失其中正, 而各倚於一偏, 其不可行均矣.
내가 생각하기에는 엄격하지만 편안하고, 조화롭지만 절제하는 것은, 이치가 스스로 그러한 것이고, 예의 온전한 몸이다. 작은 차이라도 있으면, 그 중정을 잃고, 한 편에 치우치니, 행해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 泰(태): 크다, 심하다, 편안하다, 교만하다, 너그럽다, 통하다.
* 毫釐(호리): 자 또는 저울 눈금의 호와 이, 매우 적은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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