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는 그윽함이 만물의 으뜸이다
道沖而用之(或)[又]不盈(도충이용지(혹)[우]불영), 淵兮似萬物之宗(연혜사만물지종);
도(道)는 비어 있는데(沖而) 그것을 써도(用之) 다시(又) 차오르지 않고(不盈), 그윽함이(淵兮) <마치> 만물의(萬物之) 으뜸(宗)과 같고(似);
- 道沖而用之(或)[又]不盈: 저본과 河上公本에는 ‘又’가 ‘或’으로 되어 있으나, 帛書本, 傅奕本에는 ‘又’로 되어 있다. 《회남자》는 《노자》의 이 구절을 趙襄子의 고사를 설명하면서 인용했는데, “승리를 잘 지키는 자는 강하면서 약한 척한다. [善持勝者 以强爲弱]”는 의미로 이 구절을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挫其銳(좌기예), 解其紛(해기분), 和其光(화기광), 同其塵(동기진), 湛兮似或存(잠혜사혹존).
그(其) 날카로움(銳)을 꺾고(挫), 그(其) 헝클어짐(紛)을 풀고(解), 그(其) 빛남(光)을 부드럽게 하고(和), 그(其) 티끌과(塵) 함께하니(同), 담담함이(湛兮) 마치(或) 있는(存) 듯하다(似).
吾不知[其]誰之子(오부지기수지자), 象帝之先(상제지선).
나는(吾) 그가([其]) 누구의(誰之) 자식인지(子) 알지 못하지만(不知), 상제를(帝之) 앞서는(先) 듯하다(象).
- 吾不知[其]誰之子: 저본에는 ‘其’가 없으나 바그너는 注25.1에서 ‘不知其誰之子’라 했고, 帛書乙本에도 ‘其’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교정했다.
夫執一家之量者, 不能全家. 執一國之量者, 不能成國.
무릇(夫) 한(一) 집안(家)을 다스릴(執之) 역량을(量) 가진 사람(者)은, 집안을(家) 온전하게(全) 할 수 없다(不能). 한(一) 나라를(國) 다스릴(執之) 역량을(量) 가진 사람(者)은, 나라를(國) 이룰(成) 수 없다(不能).
窮力擧重, 不能爲用, 故人雖知, 萬物治也, 治而不以二儀之道, 則不能贍也.
힘(力)을 다하여(窮) 무거운 것(重)을 들면(擧), 쓸(爲用) 수가 없고(不能), 그러므로(故) 사람이(人) 비록(雖), 만물의(萬物) 다스림을(治) 알아서(知), 다스리더라도(治而) 이의의(二儀之, 유무) 도리(道)를 쓰지(以) 않으면(不, 則) 넉넉할(贍, 여유로울) 수 없다(不能也).
- 治而不以二儀之道: ‘二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석이 쉽지 않다. 임채우는 ‘天地의 道’라고 보았고, 정세근은 ‘乾坤의 道’라고 보았다. 김학목은 '有無의 道'라고 했다. 왕필은 《周易》의 세계관에서 출발한다. ‘도’란 《周易》에서 드러나는 하늘[天]과 땅[地] 그리고 인간[人]의 ‘도’ 일뿐이다. 그것은 성인의 말을 통해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며 근거는 《周易》, 《論語》와 같은 경전이다. 유가 철학자였던 왕필에게 천지 ‘이전의’ 세계란 무의미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에게 주어진 세계는 오로지 현실의 세계로서 성인의 뜻이 실현되어야 하는 ‘의미의 세계’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왕필이 ‘無名’을 말한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有’의 세계에서 의미 있는 것이지 무명의 세계 그 자체를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동양고전 종합 DB)
地雖形魄, 不法於天則不能全其寧. 天雖精象, 不法於道則不能保其精.
땅이(地) 비록(雖) 형태와 넋(形魄)이 있지만, 하늘을(於天) 본받지 않는다면(不法則) 그 평안함(其寧)을 온전하게(全) 유지할 수 없다(不能). 하늘이(天) 비록(雖) 정상(精象)하지만, 도를(於道) 본받지 않으면(不法則) 그 정미함(其精)을 보전할(保) 수 없다(不能).
- '형백形魄'은 땅의 물리적 형태와 그에 깃든 작용을 말하고 '정상精象'은 하늘의 정기와 그것이 드러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앞에서 말한 '이의二儀'에 상응하는 것이다.(노자도덕경, 김시천). 김학목은 '땅이 큰 덩어리로 뭉쳐 있음과 하늘이 정미한 상을 가진 것'으로 해석했다.(도덕경과 왕필주, 김학목)
沖而用之, 用乃不能窮滿以造實, 實來則溢, 故沖而用之, 又復不盈, 其為無窮亦已極矣.
비었지만(沖而) 그것을(之) 쓰면(用), 쓰임이(用) 곧(乃) 다할(窮) 수 없고(不能) 가득 채워서(滿以) 꽉 참(實)에 다다르고(造), 꽉 참(實)이 오면(來則) 넘치고(溢), 그러므로(故) 비었는데(沖而) 그것을 쓰고(用之), 또(又) 다시(復) 채우지 않으니(不盈), 그(其) 무궁함이(為無窮) 또한(亦) 이미(已) 지극하다(極矣).
形雖大, 不能累其體, 事雖殷, 不能充其量, 萬物捨此而求[其]主, 主其安在乎.
형태가(形) 비록(雖) 크더라도(大), 그(其) 몸을(體) 묶을(累) 수 없고(不能), 일이(事) 비록(雖) 크더라도(殷), 그(其) 역량(量)을 채울(充) 수 없고(不能), 만물이(萬物) 이것을(此) 버리고(捨而) 그(其) 주인을 구하면(求主), 주인이(主) 그(其) 어디에(安) 있겠는가(在乎).
不亦淵兮似萬物之宗乎. 銳挫而無損, 紛解而不勞, 和光而不汙, 其體同塵而不渝, 其真不亦湛兮似或存乎.
또한(亦) 그윽함이(淵兮) 만물의(萬物之) 으뜸과(宗) 같지(似) 아니한가(不乎). 날카로움이(銳) 꺾이더라도(挫而) 손상이 없고(無損), 엉클어짐이(紛)이 풀려도(解而) 수고롭지 않고(不勞), 빛남이(光) 누그러져도(和而) 더럽혀지지 않으며(不汙), 그(其) 몸(體)이 티끌(塵)과 같아도(同而) 변하지 않으며(不渝), 그(其) 참됨(真)이 또한(亦) 깊은 것이(湛兮) 혹(或) 보존된(存) 듯하지(似) 아니한가(不乎).
地守其形, 德不能過其載, 天慊其象, 德不能過其覆, 天地莫能及之, 不亦似帝之先乎. 帝, 天帝也.
땅이(地) 그(其) 형체(形)를 지키고(守), 덕(德)이 그(其) 실어줌(載)을 넘지(過) 못하고(不能), 하늘이(天) 그(其) 상(象)을 만족스러워(慊) 하니, 덕이(德) 그(其) 덮음(覆)을 넘지(過) 못하고(不能), 하늘과 땅에(天地) 그것에(之) 이를(及) 수 있는(能) 것이 없고(莫), 또한(亦) 제를(帝之) 앞서는(先) 듯하지(似) 아니한가(不乎). 제(帝)는, 천제다(天帝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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