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우승하의 [한문 해석의 비밀, 좋은땅, 2021]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한문 공부를 하면서 '문리가 났다'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문리가 나다'란 말은 '글이 나타내는 이치를 터득하고 그 뜻을 안다'는 말이다. 즉, 글을 읽으면서 그 뜻을 이해하는 수준의 공부가 되었다는 말이다. 이 말은 한문의 문장 구조와 단어의 결합을 완전히 이해했다는 말과 같다.
執筆(집필)이란 단어를 살펴보자. 국어사전에 따르면 '붓을 잡는다는 뜻으로, 직접 글을 쓰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에는 山行(산행)이라는 말을 보자. 국어사전에서는 ' 산길을 걸어감 또는 사낭하러 가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산행'이란 말을 들으면 '산길을 걸어감'을 먼저 떠올리고 또 다른 단어로 登山(등산)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문에서 山行(산행)은 어떻게 해석될까?
다음 중에서 山行(산행)으로 해석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①산을 가다 ②산에 가다 ③산이 가다 ④도로를 크게 하다 ⑤큰 행로 ⑥산행
위 문제를 풀기 전에 執筆(집필)의 구조를 살펴보자. 執筆(집필)을 '붓을 잡다'라고 해석했다면 '잡다'는 동사로 술어고, '붓'은 명사로 목적어다. 따라서 '붓'에 목적격 조사 '을/를'을 붙여서 해석한 것이다. 執筆(집필)의 문장구조는 '술어+목적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1) 한문과 우리말의 문장구조가 다르다는 것과 2) 한문을 해석할 때 '조사'를 붙여야 한다는 점이다.
산행을 다시 살펴보면, '①산을 가다'가 해석할 수 없는 문장이다. 억지스럽지만 山이 사람 이름이나 지명이라면 '③산이 가다'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국어사전에서는 '산을 감'이라는 의미로 설명하고 있는데 ①은 왜 틀렸을까? 바로 집필의 구조에서 말한 것처럼 한문은 술어 뒤에 목적어가 오는 구조다. ①번처럼 해석하려면 '山行'이 아니라 '行山'이라고 작문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문에서 목적어가 술어 앞에 오는 일은 전혀 없을까? 물론 예외도 있다. 특히, <맹자>보다 <논어>에 목적어가 앞에 오는 문장이 많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목적어가 술어 앞에 놓였다는 단서가 반드시 문장 안에 있다. (한문 해석의 비밀, 우승하, 2021, 좋은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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