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우승하의 [한문 해석의 비밀, 좋은땅, 2021]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한문은 매우 평면적인 글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는 없지만, 전해 내려오는 대부분의 글은 띄어쓰기나 구두점이 없다. 이런 글을 백문이라고 한다. 옛 선비들이 보던 경전은 대부분 이런 형식의 글로 가득한 책이다. 영인본이라고 나온 고전을 보면 알 수 있다.
주역 계사전의 원문을 한번 보자.
子曰書不盡言言不盡意然則聖人之意其不可見乎聖人立象以盡意設卦以盡精僞繫辭焉以盡其言變而通之以盡利鼓之舞之以盡神 (주역 계사전 12장 2절)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글은 의미를 명확하게 하려고 정자로 인쇄된 글에 우리말 토(현토)를 달거나 여러 가지 문장 부호(표점)를 적용한 것이다.
<현토> 子曰 書不盡言하며 言不盡意하니 然則聖人之意를 其不可見乎아 子曰 聖人이 立象하여 以盡意하며 設卦하여 以盡精僞하며 繫辭焉하여 以盡其言하며 變而通之하여 以盡利하며 鼓之舞之하여 以盡神하니라.
<표점> 子曰: "書不盡言, 言不盡意." "然則聖人之意, 其不可見乎?" 子曰: "聖人立象以盡意, 設卦以盡精僞, 繫辭焉以盡其言, 變而通之以盡利, 鼓之舞之以盡神."
표점이나 현토는 매우 중요하다. 표점이나 현토를 다는 것은 해석의 시작이 아니라 해석의 완결이다. 표점이나 현토에 따라 같은 문장이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의 문장을 표점과 현토에 따라 해석해보자.
(직역1) 일반적인 직역
공자가 말하길, "글(書)은 말(言)을 다할 수 없고, 말(言)은 뜻(意)을 다할 수 없다."라고 했으니, "그렇다면 성인(聖人)의 뜻(意)은 아마도 볼 수 없는 것인가?"라고 하니, 공자가 말하길, 성인(聖人)은 입상(立象) 함으로써 뜻(意)을 다하며, 설괘(設卦) 함으로써 정위(精僞)를 다하며, 그것에 계사(繫辭) 함으로써 그 말(言)을 다하며, 그것으로 변하고 통함으로써 이(利)를 다하며, 그것을 북치고 그것을 춤추게 함으로써 신묘함(神)을 다한다."라고 했다.
(직역2) 정밀한 직역
공자가(子) 말하길(曰), "글(書)은 말(言)을 다할(盡) 수 없고(不), 말(言)은 뜻(意)을 다할(盡) 수 없다(不)."라고 했으니, "그렇다면(然則) 성인(聖人)의(之) 뜻(意)은, 아마도(其) 볼(見) 수(可) 없는(不) 것인가(乎)?" 공자가(子) 말하길(曰), "성인은(聖人) 상(象)을 세워(立) 그렇게 함으로써(以) 뜻(意)을 다하며(盡), 괘(卦)를 설하여(設) 그렇게 함으로써(以) 정(精)과 위(僞)를 다하며(盡), 그것에(焉) 사(辭)를 계(繫)하여, 그렇게 함으로써(以) 그(其) 말(言)을 다하며(盡), 그것을(之) 변하고(變而) 통하게(通) 하여, 그렇게 함으로써(以) 이(利)를 다하며(盡), 그것(之)을 북치고(鼓) 그것(之)을 춤추게(舞) 하여, 그렇게 함으로써(以) 신묘함(神)을 다한다(盡)."라고 했다.
두 번째 직역을 보면 어렸을 적 한문 시간에 선생님이 각 글자마다 해석을 하면서 위에 해석 순서를 숫자로 적던 기억이 난다. 한문 문법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다른 말로 '문리'가 나려면) (직역 2)의 방법으로 해석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의역으로는 한문 문장 구조를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원칙은> 문장 안에 있는 모든 단어를 빼지 말고 해석하고, 현대 문법에 맞지 않더라도 원문에 없는 단어를 넣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석할 때 우리말이 더해지는 것은 단어가 놓이는 자리에 따라 필요한 '조사'와 '어미'만 추가한다는 것이다. (한문 해석의 비밀, 우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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