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 “可與共學(가여공학), 未可與適道(미가여적도);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더불어(與) 함께(共) 배울(學) 수 있지만(可), 아직(未) 더불어(與) 도에(道) 나갈(適) 수(可) 없고(未);
- 與(여) 다음에 목적어가 생략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논어의 문법적 이해, 류종목)
가여(可與)란 것은(者), 그가(其) 더불어(與) 함께(共) 이 일을(此事) 할(爲) 수 있음(可)을 말한다(言也). 정자가 말하기를: “더불어(與) 함께(共) 배울(學) 수 있음은(可), 그것을(之) 구할(求) 방법을(所以) 아는 것이다(知也).
可與適道(가여적도), 未可與立(미가여립);
더불어(與) 도에(道) 나아갈(適) 수 있어도(可), 아직(未) 더불어(與) 설(立) 수(可) 없고(未);
可與適道, 知所往也. 可與立者, 篤志固執而不變也.
가여적도(可與適道)는, 갈 곳을(所往) 아는 것이다(知也). 가여립(可與立)이란 것은(者), 뜻을(志) 독실하게 하고(篤) 굳게(固) 잡아서(執而) 변하지(變) 않음이다(不也).
可與立(가여립), 未可與權(미가여권).”
더불어(與) 설(立) 수 있지만(可), 아직(未) 더불어(與) 권도를 행할(權) 수(可) 없다(未).
- ‘權’은 저울의 추로, 물건을 저울질하여 물건의 輕重을 아는 것인데, 이로써 權道를 비유한 것이다. 權道란 처리하기 어려운 일을 당해서 비록 正道는 아니지만 事理를 저울질하여 時宜適切하게 처리함을 이른다. (논어집주, 성백효)
權, 稱錘也, 所以稱物而知輕重者也. 可與權, 謂能權輕重, 使合義也.”
권(權)은, 저울(稱) 추다(錘也), 물건을(物) 저울질(稱) 해서(所以而) 가볍고 무거운 것을(輕重者) 안다(知也). 함께(與) 권할(權) 수 있음(可)은, 경중을(輕重) 저울질해서(權), 의리에(義) 합하도록(使合) 할 수 있음(能)을 말한다(謂也).
○ 楊氏曰: “知爲己, 則可與共學矣. 學足以明善, 然後可與適道. 信道篤, 然後可與立. 知時措之宜, 然後可與權.”
양씨가 말하기를: 자기를 위함(爲己)을 알면(知, 則) 더불어 함께(與共) 배울(學) 수 있다(可矣). 배움이(學) 선을(善) 밝히기에(明) 충분하고(足以), 나서(然後) 함께(與) 도에(道) 나아갈 수 있다(可適). 도를(道) 믿음이(信) 돈독하고(篤), 나서야(然後) 함께(與) 설 수 있다(可立). 때에 맞게(時) 처리하는(措之) 마땅함을(宜) 알고(知), 나서야(然後) 함께(與) 권도를 행할 수 있다(可權).”
洪氏曰: “『易』九卦, 終於巽以行權. 權者, 聖人之大用. 未能立而言權, 猶人未能立而欲行, 鮮不仆矣.”
홍씨가 말하기를: 역(易) 구괘가(九卦), 손으로(巽以) 권도를 행한다(行權)에서(於) 끝났다(終). 권이란(權者), 성인의(聖人之) 큰(大) 쓰임이다(用). 아직(未) 서지(立) 못하는데(未能而) 권을 말하면(言權), 猶사람이(人) 아직(未) 서는 것에 능하지(能立) 못한데(未而) 가려고(行) 하는(欲) 것이고, 넘어지지(仆) 않음이(不) 드물다(鮮矣).”
程子曰: “漢儒以反經合道爲權, 故有權變權術之論, 皆非也. 權只是經也. 自漢以下, 無人識權字.”
정자가 말하기를: 한나라 유자(漢儒)는 상도를(經) 뒤집어(反) 도에(道) 합하는(合) 것으로(以) 권도를(權) 삼고(爲), 그러므로(故) 권변과(權變) 권술의(權術之) 논함이(論) 있었는데(有), 모두(皆) 잘못이다(非也). 권도(權)는 단지(只) 이(是) 경이다(經也). 한나라부터(自漢) 이하로(以下), 권자를(權字) 아는(識) 사람이(人) 없다(無).
愚按: 先儒誤以此章連下文偏其反而爲一章. 故有反經合道之說. 程子非之, 是矣. 然以孟子嫂溺援之以手之義推之, 則權與經亦當有辨.
학문하는 사람이 도달하는 경지의 순서를 나타냈다. '하학이상달'이다. '권權'은 '경輕'과 맞서는 개념으로 상황에 따라 적용하는 것이다. 상황을 자유자재로 응용하고, 대처하고, 실천하고, 타개하는 것이다. '권'은 공자가 말한 '서자여사부'와 연결되는 세계관이다. 우주는 순간순간 움직이고 변하기 때문에 모든 진리가 고정된 것이 아니다. <논어 한글역주, 김용옥>
권도는 일정하고 고정된 행위규범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유학에서 권도는 경상(經常)에 맞서는 개념으로 정의되고, 설문해자에서는 반상(反常), 춘주공양전에서는 반경(反經)으로 정의했다.
맹자가 순우경의 질문에 답하면서 '남녀가 서로 물건을 주고 받을 때 손을 맞대지 않는 것은 예고, 형수가 물에 빠지면 잡아서 건져주는 것이 권도다'고 한 말이나, 이이가 '때에 따라 중(中)을 얻는 것이 권도고, 일을 마땅하게 처리하는 것이 의(義)다'고 해서 권도와 의를 연결한 것도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다.
권도와 의가 결합하여 유학의 시중론으로 발전했다. 진리나 규범이 인간을 획일적으로 우월하게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진리와 규범을 만들어 나간다는 정신이 깔려있다. 권도는 사람이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사람이 올바른 판단을 하려면 높은 도덕성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여러 상황에서 적절한 판단을 했는지는 사람의 책임이다.
그리고 여기서 권도는 자칫하면 불의에 빠질 위험이 있다. 사람이 완성된 인격을 가질 때 이런 위험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민족문화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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