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맹의길/논어집주(論語集註)

[논어집주 옹야(雍也) 6-23] 고가 네모나지 않으면 고가 아니다 / 자왈 고불고 고재 고재(子曰: 觚不觚, 觚哉! 觚哉!)

by ഗൗതമബുദ്ധൻ 2022. 9. 9.
반응형

子曰: “觚不觚, 觚哉! 觚哉!” (자왈 고불고 고재 고재)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모난 술잔(觚)이 모나지 않으면(不觚), 모난 술잔인가(觚哉)! 모난 술잔인가(觚哉)!

  • 觚(고): 배 부분과 다리 부분에 네 개의 모서리가 있는 제례용 술잔이다. 첫 번째 觚(고)는 개체로서의 고를 가리키고 두 번째 觚(고)는 원래의 형태를 가진 이상적인 고의 성질을 가리키며, 첫 번째 觚(고)는 명사이고 두 번째 觚(고)는 형용사로 전용된 것이다. (논어의 문법적 이해, 류종목)
  • '고觚'를 두고 황간은 술잔을 1번 바칠 때 손님과 주인이 서로 100번 절하는 예법이라고 했다. 후대에 이런 예법이 없어지고 술에 취하는 일이 많아져서 공자가 이를 개탄했다고 풀이했다. 저중도는 '고觚'를 쓰면서 이에 맞는 '주법酒法'을 쓰지 않으면 '고의 예법'을 이룰 수 없고 정치를 하면서 이에 맞는 '정법政法'을 스지 않으면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교양인의 논어, 신동준)

 

○ 觚, 棱也, 或曰酒器, 或曰木簡, 皆器之有棱者也. 不觚者, 蓋當時失其制而不爲棱也. 觚哉觚哉, 言不得爲觚也.

고(觚)는, 모서리고(棱也), 누군가(或) 술잔이라고(酒器) 말하고(曰) , 누군가는(或) 목간이라고(木簡) 말하니(曰), 모두(皆) 기물이(器之) 모서리를 가진(有棱) 것이다(者也). 모나지 않은(不觚) 것은(者), 대체로(蓋) 당시(當時)에 그 제도를(其制) 잃고(失而) 모나지 않은 것이다(不爲棱也). 고재고재(觚哉觚哉)는, 모난(觚) <그릇이> 될 수 없다(不得爲)는 말이다(言也).

 

○ 程子曰: 觚而失其形制, 則非觚也. 擧一器, 而天下之物莫不皆然. 

정자왈: 모난 것인데(觚而) 그 모양과 제도를(其形制) 잃었으면(失, 則) 모난 것이(觚) 아니다(非也). 한 기물을(一器) 들어서(擧, 而) 천하의 사물이(天下之物) 모두(皆) 그렇지 않은(不然) 것이 없다(莫).

 

故君而失其君之道, 則爲不君; 臣而失其臣之職, 則爲虛位.”

그러므로(故) 임금이면서(君而) 그(其) 임금의 도를(君之道) 잃으면(失, 則) 임금이 아니게 되고(爲不君); 신하이면서(臣而) 그(其) 신하의 직분(臣之職)을 잃으면(失, 則) 빈자리가(虛位) 된다(爲).

 

范氏曰: “人而不仁則非人, 國而不治則不國矣.”

범씨가 말하기를: 사람이면서(人而) 인하지 않으면(不仁則) 사람이 아니고(非人), 나라이면서(國而) 다스려지지 않으면(不治則) 나라가 아니다(不國矣).


고(觚)는 술잔인데, 은나 때부터 내려오는 것으로 손으로 잡는 부분이 잘록하고 아래는 동그랗고, 입 대는 부분은 네모난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모양을 만들기 어려우니까 나중에는 윗부분도 동그랗게 만들었다고 한다. 어느 술자리에선가 공자가 이름이 고인데 네모난 모양이 아니라고 투덜거렸을 수도 있다. 주변 상황에 대한 설명 없이 간결하게 기록한 것이 논어 기록자의 놀라운 감성이다. 정확한 뜻을 알 수 없지만, 그래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것이 논어의 매력이다.

 

보통 주석가들은 이름과 실제가 서로 맞지 않게 변한 세태를 개탄한 것으로, 또는 천박해진 세태를 개탄한 것이라고 풀었다. 하지만, 네모난 모양에 대한 공자의 감성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논어 한글역주, 김용옥>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