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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맹의길/논어집주(論語集註)

[논어집주 옹야(雍也) 6-20] 귀신을 공경하되 멀리하라 / 번지문지 자왈 무민지의 경귀신이원지 가위지의(樊遲問知. 子曰: 務民之義, 敬鬼神而遠之, 可謂知矣.)

by ഗൗതമബുദ്ധൻ 2022.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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樊遲問知. 子曰: “務民之義(무민지의), 敬鬼神而遠之(경귀신이원지), 可謂知矣(가위지의).”

번지가(樊遲) 지혜를 물었다(問知).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사람의 의리에(民之義) 힘쓰고(務), 귀신(鬼神)을 공경하지만(敬而) 그것을 멀리하면(遠之), 지혜롭다고 말할 수 있다(可謂知矣).

  • 民(민)은 사람, 인간. 피통치자만이 아니라 모든 인류, 보편적인 사람을 가리킨다. [食者, 民之本也.(음식은 인간의 근본이다.) <淮南子 主述訓>]

 

○ 民, 亦人也. 專用力於人道之所宜, 而不惑於鬼神之不可知, 知者之事也.

민(民)은, 또한 사람이다(亦人也). 인도에(於人道) 오로지(專) 힘을 쓰는 것이(用力之) 마땅하고(所宜, 而) 귀신의 알 수 없음에(於鬼神之不可知) 미혹하지 않음이(不惑), 지자의(知者之) 일이다(事也).

 

問仁. 曰: “仁者先難而後獲, 可謂仁矣.” (문인 왈 인자선난이후획 가위인의)

인을 물었다(問仁). 말하기를: 인이란(仁者) 어려운 일을(難) 먼저 하고(先-而) 얻음을(獲) 뒤로 하면(後), 인이라고(仁) 말할 수 있다(可謂矣).

 

獲, 謂得也. 先其事之所難, 而後其效之所得, 仁者之心也. 此必因樊遲之失而告之.

획(獲)은, 얻음을 말한다(謂得也). 그 일의(其事之) 어려운 것을(所難) 먼저 하고(先, 而) 그 효과를(其效之) 얻는 것을(所得) 나중에 함이(後), 인자의(仁者之) 마음이다(心也). 이것은(此) 반드시(必) 번지가(樊遲之) 잃은(失) 것을 따라서(因而) 그에게(之) 일러준 것이다(告).

 

○ 程子曰: “人多信鬼神, 惑也. 而不信者又不能敬, 能敬能遠, 可謂知矣.”

정자가 말하기를: 사람들이(人) 대부분(多) 귀신을 믿지만(信鬼神), 미혹이다(惑也). 그러나(而) 믿지 않는 사람도(不信者) 또(又) 공경하지 않는(不能敬) 것이니, 공경할 수 있고(能敬) 멀리할 수 있으면(能遠), 지혜롭다고 말할 수 있다(可謂知矣).

 

又曰: “先難, 克己也. 以所難爲先, 而不計所獲, 仁也.”

또 말하기를: 어려운 일을(難) 먼저함이(先), 자기를(己) 이기는 것이다(克-也). 어려운 것을(以所難) 먼저 하고(爲先, 而) 얻을 것을(所獲) 헤아리지 않음이(不計), 인이다(仁也).

 

呂氏曰: “當務爲急, 不求所難知; 力行所知, 不憚所難爲.”

여씨가 말하기를: 마땅히(當) 할 일을(務) 급하게 하고(爲急), 알기 어려운 것을(所難知) 구하지 않고(不求); 아는 것을(所知) 힘써 행하고(力行), 어려운 것(所難) 하기를(爲) 꺼리지 않는다(不憚).


'지知'는 인간의 앎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는지를 묻는다면 인식론의 문제고, 우리가 아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묻는다면 가치론의 문제다. 공자는 인식론과 가치론을 나눠서 말하지 않는다. 번지가 아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공자는 갑자기 귀신을 이야기한다. '귀신을 공경하지만 멀리할 줄 알면 안다고 할 수 있다.'

 

고대사회에서 인간이 배우는 지식은 신을 빼고 말할 수 없었다. 고대사회의 상식에서 공자가 귀신을 멀리하면 인간이 참다운 앎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혁명적인 사건이다. 공자는 19세기에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말하기 2,500년 전에 벌써 신을 죽였다.

 

신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독단에 빠진다. 현세의 위로나 사후의 위안을 얻을 수 있겠지만, 살아서 냉철한 앎을 얻을 수 없다. 공자는 귀신의 세계를 부정하거나, 없애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지 않았다. 신과 사람이 거리를 두면 둘수록 신이 신다워지고,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것이다.

 

서경의 강고를 보면 성왕이 위나라 봉지로 가는 강숙에게 '백성을 공경하라. 천은 두려운 존재지만, 사람의 정성을 도울 뿐이다.'는 취지로 말한다. 이런 생각은 서경 전반에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천명은 '작신민'하는 도구적 역할에 그친다. 이런 인본주의 사상은 춘추시대에 와서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공자는 신과 사람의 거리두기에 그치지 않고, 그 거리를 메꿀 수 있는 장치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무민지의務民之義'다. 이 구절은 고주와 신주의 해석이 다르다. 고주는 민을 백성으로 보고 정치적, 사회적 실천을 강조하고, 신주는 민을 추상적인 사람으로 보고 사람이 해야 할 도리에 힘써야 한다는 내면적 실천을 강조한다. 번지의 물음과 공자가 살던 때의 모습을 생각하면 고주처럼 사회적 맥락으로 읽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번지는 또 인이 무엇인지 물었다. '인자선난이후획仁者先難而後獲'도 고주와 신주가 해석이 다르다. 고주는 '선난'의 난을 동사고 보고 '어려움 먼저 하고 나서야 얻는다'라고 풀고, 신주는 '선'과 '후'를 모두 동사로 보고 '어려운 일을 먼저 하고, 얻는 것은 뒤로 한다'라고 푼다. <논어 한글역주, 김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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