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 “素隱行怪, 後世有述焉, 吾弗爲之矣. 君子遵道而行, 半途而廢, 吾弗能已矣. 君子依乎中庸, 遯世不見知而不悔, 唯聖者能之.” (색은행괴 후세유술언 오불위지의 군자준도이행 반도이폐 오불능이의 군자의호중용 둔세불견지이불회 유성자능지)
子曰: “은밀한 것을 찾고(素隱) 괴이한 짓을 하면(行怪), 후세에(後世) 전술되는 것이 있겠지만(有述焉), 나는(吾) 그러지 않는다(弗爲之矣). 군자가(君子) 도를 따라(遵道而) 행하다가(行), 길 중간에(半途而) 그만두는데(廢), 나는(吾) 그러지 않을 뿐이다(弗能已矣). 군자는(君子) 중용에 의지하고(依乎中庸), 세상을 피해 살고(遯世) 알려지지 않더라도(不見知而) 후회하지 않으니(不悔), 오직(唯) 성인 만이(聖者) 할 수 있다(能之).”
箴曰 素隱者, 無故而隱居也. 君子之藏名隱居, 必有甚不得已之故, 然後乃合中和之義. 伯夷·虞仲, 孔子或稱其隱居行義, 或稱其隱居中權, 【見《論語》】 是皆遭人倫之變, 處嫌疑之地, 不得不遺世逃身, 故合於義, 中於權, 不失爲中庸之君子.
箴曰 색은이란(素隱者), 까닭 없이(無故而) 은거하는 것이다(隱居也). 군자가(君子之) 이름을 감추고(藏名) 은거하는 것은(隱居), 반드시(必) 매우(甚) 어쩔 수 없는(不得已之) 까닭이 있고 나서야(有故, 然後) 곧(乃) 중화의 뜻에(中和之義) 맞는다(合). 백이와 우중은(伯夷·虞仲), 공자가(孔子) 혹(或) 그(其) 은거하여(隱居) 의를 행했다고(行義) 일컫고(稱), 혹(或) 그(其) 은거하여(隱居) 권도에 맞다고(中權) 일컬었는데(稱), 【見《論語》】 이것은(是) 모두(皆) 인륜의 변화를 당해서(遭人倫之變), 혐의를 받는 처지를(嫌疑之地) 당해서(處), 어쩔 수 없이(不得不) 세상을 버리고(遺世) 몸을 피한 것이고(逃身), 그러므로(故) 의에 맞고(合於義), 권도에 맞아(中於權), 중용의 군자가(中庸之君子) 되는 것을 잃지 않았다(不失爲).
若無故棄世, 遁入深山, 作詭異之行, 立奇怪之論, 當世目之爲異人, 後世稱之爲神人, 【述者, 稱述也】 雖使流名不朽, 吾不爲之矣.
만약(若) 까닭없이(無故) 세상을 버리고(棄世), 깊은 산에(深山) 숨어 들어가(遁入), 괴이한 행동을(詭異之行) 하거나(作), 기괴한 논의를(奇怪之論) 세워서(立), 당세에(當世) 그를(之) 이인이라고(爲異人) 지목하고(目), 후세에(後世) 그를(之) 신인이라고(爲神人) 일컫더라도(稱), 【술은(述者), 칭술이다(稱述也)】 비록(雖) 이름을 전해(流名) 썩지 않게 하더라도(使不朽), 나는(吾)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不爲之矣).
若其隱遯合乎中庸之義, 則君子之道, 依乎中庸. 故當隱而隱, ‘遯世不見知而不悔', 此伯夷·虞仲之類也. 故曰‘惟聖者能之’. 素隱者, 無故之隱也. 遯世者, 合義之隱也.
만약(若) 그(其) 은둔이(隱遯) 중용의 뜻에(乎中庸之義) 맞다면(合, 則) 군자의 도가(君子之道), 중용에 의지한 것이다(依乎中庸). 그러므로(故) 은거해야 하면(當隱而) 은거하고(隱), ‘세상을 피해 숨어(遯世) 알려지지 않더라도(不見知而) 후회하지 않는(不悔)' 것은, 이것은(此) 백이와(伯夷) 우중의(虞仲之) 무리다(類也). 그러므로(故) ‘오직(惟) 성인만이(聖者) 할 수 있다(能之)’라고 했다(曰). 색은이란(素隱者), 까닭 없이(無故之) 숨는 것이다(隱也). 둔세란(遯世者), 의에 맞도록(合義之) 숨는 것이다(隱也).
○廢, 當讀之如‘荊軻廢’之廢, 謂身頹也. 君子望道而行, 遵道而進, 遑遑如不及, 盻盻如未之見, 力盡氣竭, 以至於廢, 此所謂‘半塗而廢’也. 君子之嚮道也, 若是其眞切惻怛, 而古今注家, 皆云‘半塗而停罷', 誠使卒塗而停罷, 則曷謂之君子乎?
○폐는(廢), 지금(當) 읽는 것이(讀之) 형가폐의(‘荊軻廢’之) 폐와(廢) 같고(如), 몸이 쓰러진 것을 말한다(謂身頹也). 군자가(君子) 도를 바라보고(望道而) 행하며(行), 도를 따라서(遵道而) 나아가다가(進), 서두르는 것이(遑遑) 미치지 못할 듯하고(如不及), 애쓰는 것이(盻盻) 보지 못할 듯하다가(如未之見), 힘이 다하고(力盡) 기가 떨어져(氣竭, 以) 쓰러짐에 이르면(至於廢), 이것을(此) 이른바(所謂) 반도이폐라 한다(‘半塗而廢’也). 군자가(君子之) 도에 나아가는 것이(嚮道也), 이와 같이(若是) 그(其) 진심으로 간절하고 애절한데(眞切惻怛, 而) 고금의(古今) 주석가가(注家), 모두(皆) ‘ 길을 반만 가서(半塗而) 멈춘다(停罷)'라고 했으니(云), 진실로(誠) 만약(使) 길을 마치고서도(卒塗而) 멈춘다면(停罷, 則) 어찌(曷) 그를 군자라(之君子) 하겠는가(謂乎)?
* 遑遑(황황): 마음이 몹시 급(急)하여 허둥지둥하는 모양(模樣).
* 惻怛(측달): 불쌍히 여기어 슬퍼함, 간절(懇切)한 모양
○遵道者, 顯世之中庸也. 遯世者, 避世之中庸也. 素隱者, 兩無所當.
○도를 따르는 것이란(遵道者), 세상에 드러난(顯世之) 중용이다(中庸也). 세상을 피한 것이란(遯世者), 세상을 피한(避世之) 중용이다(中庸也). 숨겨진 것을 찾음이란(素隱者), 양쪽에(兩) 해당하는 것이 없다(無所當).
《表記》曰: "〈小雅〉曰, ‘高山仰止, 景行行止.' 子曰, ‘詩之好仁如此. 鄕道而行, 中道而廢, 忘身之老也, 不知年數之不足也. 俛焉曰有孶孶, 斃而后已.’” 【鄭云: "廢謂力極疲頓, 不能復行則止也.”】
표기에서 말하길(《表記》曰): "소아에서 말하길(〈小雅〉曰), ‘높은 산(高山) 올려 보고(仰止), 큰길(景行) 가노라(行止).'라고 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길(子曰), ‘시가(詩之) 인을 좋아하는 것이(好仁) 이와 같다(如此). 도를 향해서(鄕道而) 가다가(行), 중도에(中道而) 쓰러지는 것은(廢), 몸이 늙은 것을(身之老) 잊은 것이니(忘也), 나이가 부족한 것을(年數之不足) 알지 못함이다(不知也). 힘써(俛焉) 나날이(曰) 부지런함이 있고(有孶孶), 죽고 나서야(斃而后) 그만둔다(已).’”라고 했다. 【鄭云: "폐는(廢) 힘을 다하고(力極) 피곤하여 넘어져서(疲頓), 다시(復) 갈 수 없어서(不能行則) 그만둔 것을(止) 말한다(謂也).”】
* 景行(경행): 1. 큰길, 훌륭한 행실(行實).
○鏞謂: "鄭注微誤. 廢者, 屋頹也. 君子鄕道而行, 力盡氣竭, 其身崩頹, 如屋頹然也, 豈罷止之謂乎? 廢字之下, 又有忘身孶孶, 許多用力, 中道而止者, 豈如是乎? 廢者, 身頹也. 冉求曰, ‘非不說子之道, 力不足也.' 子曰, ‘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畫.'"
○鏞謂: "정현의 주에(鄭注) 작은 잘못이 있다(微誤). 폐란(廢者), 집이 무너진 것이다(屋頹也). 군자가 도를 향해서(君子鄕道而) 가다가(行), 힘이 다하고(力盡) 기력이 없어져(氣竭), 그 몸이(其身) 무너진 것이(崩頹), 집이 무너진 것과(屋頹然也) 같으니(如), 어찌(豈) 그만두는 것을(罷止之) 말하겠는가(謂乎)? 폐 자의(廢字之) 아래에(下), 또(又) 몸을 잊고(忘身) 부지런하게(孶孶)가 있으니(有), 매우 많이(許多) 힘쓰고(用力), 중도에(中道而) 그만두는 것이(止者), 어찌(豈) 이와 같겠는가(如是乎?) 폐란(廢者), 몸이 쓰러지는 것이다(身頹也). 염구가 말하길(冉求曰), ‘선생님의 도를(子之道) 좋아하지 않는 것이(不說) 아니라(非), 힘이(力) 모자랍니다(不足也).'라고 하니, 선생님이 말씀하시길(子曰), ‘힘이 모자란 것은(力不足者), 중도에(中道而) 쓰러지는 것이니(廢), 지금(今) 너는(女) 선을 긋고 있다(畫).'"라고 했다.
* 許多(허다): 매우 많음
○鏞謂: "‘中道而廢', 亦氣竭力盡, 中道而身頹也. 中道身頹者, 頹而復興, 畢竟至道, 故孔子貴之. 若中道罷止, 則與自畫者奚擇焉?"
○鏞謂: "‘중도이폐(中道而廢)'란, 또한(亦) 기력이 다하고(氣竭) 힘이 다해서(力盡), 중도에(中道而) 몸이 쓰러지는 것이다(身頹也). 중도에(中道) 몸이 쓰러지는 것은(身頹者), 쓰러져도(頹而) 다시 일어나서(復興), 마침내(畢竟) 도에 이르고(至道), 그러므로(故) 공자가(孔子) 그것을 귀하게 여겼다(貴之). 만약(若) 중도에(中道) 그만 둔다면(罷止, 則) 스스로 선을 긋는 사람과 더불어(與自畫者) 무엇이(奚) 구별되겠는가(擇焉)?"
* 畢竟(필경): 마침내, 결국(結局)에는, 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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