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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맹의길/논어집주(論語集註)

[논어집주 위정(爲政) 2-3] 백성을 형벌로 다스리면 벗어나기만 할 뿐이다 / 도지이정 제지이형 민면이무치(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by ഗൗതമബുദ്ധൻ 2022.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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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 “道之以政(도지이정), 齊之以刑(제지이형), 民免而無恥(민면이무치);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법령으로써(以政) 그(之)를 이끌고(道), 형벌로써(以刑) 그(之)를 가지런하게 하면(齊), 백성(民)이 면하기만 하고(免而) 부끄러워함(恥)이 없다(無).

 

* 道(도)는 인도할 '도導'의 뜻으로 사용했다. 齊(제)는 '가지런하게 하다, 다스리다'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가지런하다'라는 뜻의 형용사가 사역동사로 전용된 것으로, 修身齊家治國平天下(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齊(제)와 같다.

 

* 유가와 법가의 정치철학을 단적으로 대비하는 말로 많이 인용하는 명언이다. 유가 정치철학의 근본은 덕치주의이고, 인간의 내면적 덕성을 감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법가 정치철학의 근본은 법치주의다. 유가의 이상적인 덕치주의가 아무리 좋아도, 현실에 적용할 때는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한데, 이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법이라고 주장한다. 법가의 주장도 현실적으로 정당하다. 그러나 복잡한 인간 세상의 객관적 질서로 법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해도, 법만이 인간 삶의 궁극적 질서가 될 수는 없다. 인간이 무엇 때문에 사는가? 인간이 왜 법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이유에 대해 '인간다움'을 도외시한다면 무엇이 남을까? 공자는 그 '인간다움'을 '인'이라고 부른다. 법과 형벌로 유지되는 사회의 구성원은 수치를 모르고 면하려고만 한다. 모면하기만 한다면 타율적 행위이고 행위의 자율성이나 도덕적 의지는 전혀 없는 것이다. (논어한글역주, 김용옥)

 

○ 道, 猶引導, 謂先之也. 政, 謂法制禁令也. 齊, 所以一之也. 

도(道)는, 인도(引導)와 같고(猶), 그것을 먼저 함(先之)을 말한다(謂-也). 정(政)은, 법제(法制)와 금령(禁令)을 말한다(謂-也). 제(齊)는, 그것(之)을 같게 하는(一) 방법(所以)이다(也).

 

道之而不從者, 有刑以一之也. 免而無恥, 謂苟免刑罰. 而無所羞愧, 

그것을 이끌었는데도(道之而) 따르지 않는 사람(不從者)은, 형벌을(刑) 두어서(以) 같게한다(一之也). 면하기만 하고(免而) 치욕이 없음(無恥)은, 구차하게(苟) 형벌을 면하지만(免刑罰. 而), 수치스러워하는 것(所羞愧)이 없다는(無) 말이니(謂),

 

蓋雖不敢爲惡, 而爲惡之心未嘗忘也.

 대개(蓋) 비록(雖) 감히(敢) 악을 행하지(爲惡) 못하더라도(不, 而) 악을 행하려는 마음(爲惡之心)이 아직(未嘗) 없어지지(忘) 않은 것이다(未-也).

 

道之以德(도지이덕), 齊之以禮(제지이례), 有恥且格(유치차격).”   

덕으로써(以德) 그(之)를 이끌고(道), 예로써(以禮) 그(之)를 가지런하게 하면(齊), 부끄러움이 있고(有恥) 또(且) <선에> 이른다(格).

 

* 有恥且格: '格''을 주희는 중용의 '지어선至於善'을 근거로 '이르다至'로 해석했고, 하안과 황간은 '바르게 하다正'로 풀었다. 다산은 '감화感化'로 풀이했는데, '감격'으로 풀은 오규 소라이의 설은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서경 등의 고전에서 '격格'이 '이르다' 또는 '감화되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이런 해석은 지나치게 도학적이다. 덕과 예로 백성을 다스리면 백성이 예의와 염치를 알게 된다는 논리 구조로 본다면, 이때의 '격格'은 우리말의 '품격'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교양인의 논어, 신동준)

 

* 이 장을 해석할 때, 有恥且格의 격格이 항상 문제 된다. 주자는 격을 '이른다'라고 풀었다. 이때의 격은 '선함에 이른다'라는 뜻이다. 다산은 격을 '감격'이라고 풀었다. 이때의 격은 '백성이 감화한다'라는 뜻이다. 이 구절과 유사한 내용이 예기 '치의' 편에 나온다. 치의 편에서는 백성을 德禮로 이끌면 격심格心을 가지게 되고, 政刑으로 이끌면 둔심遯心을 가진다고 말한다. 둔심은 '숨는 마음', '피하는 마음'으로 면의 다른 표현이다. 격심을 둔심의 반대 의미로 해석한다면 '드러내는 마음', '떳떳한 마음'이라고 풀어야 한다. 이때의 격은 창틀의 격자처럼 반듯하고 질서가 있는 모양이라고 하는 뜻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김용옥, 논어한글역주)

 

禮, 謂制度品節也. 格, 至也. 言躬行以率之, 則民固有所觀感而興起矣,

예(禮)는, 제도(制度)와 품절(品節)을 말한다(謂-也). 격(格)은, 도달함이다(至也). 몸소 실천함으로써(躬行以) 그를 이끌면(率之, 則), 백성(民)에게 진실로(固) 보고 느끼는 점(所觀感)이 있어서(有-而) 흥기하고(興起矣, 而),

 

而其淺深厚薄之不一者, 又有禮以一之, 則民恥於不善, 而又有以至於善也.

그(其) 얕고 깊고(淺深) 두텁고 얇음의(厚薄之) 같지 않은(不一) 것이(者), 또(又) 예가 있음으로써(禮以) 그것을 같게 할 수 있다면(一之, 則), 백성(民)이 착하지 않음을(於不善) 부끄럽게 여기고(恥, 而), 또(又) 선에 이를(至於善) 수 있다(有以-也)는 말이다(言).

 

一說, 格, 正也. 『書』曰: “格其非心.”

다른 설(一說)에, 격(格)은, 바르게 함이다(正也). 서경에 이르길(書曰): 그(其) 옳지 못한 마음(非心)을 바르게 한다(格)고 했다.

 

○ 案, 格之爲字, 首見于『堯典』 “格于上下者” 謂上感天心, 下感民心也.

살펴보면(案), 격의(格之) 글자 됨(爲字)은, 처음에(首) 요전에서(于堯典) “아래 위 사람(上下者)에 감격시킨다(格)”를 볼 수 있는데(見),  위로는(上) 천심을 감격시키고(感天心), 아래로는(下) 백성의 마음을 감격시킨다(感民心)는 말이다(謂-也).

 

○ 愚謂政者, 爲治之具. 刑者, 輔治之法. 德禮則所以出治之本, 

 내 생각에는(愚) 정(政)이란 것(者)은, 다스림의(爲治之) 도구(具)를 말한다(謂). 형(刑)이란 것은(者), 다스림을 보조하는(輔治之) 법이다(法). 덕과 예란(德禮則) 다스림의 근본이(治之本) 나오는 곳이고(所以出, 而),

 

而德又禮之本也. 此其相爲終始, 雖不可以偏廢, 

덕(德)은 또(又) 예의 근본(禮之本)이다(也). 이것은(此) 그(其) 서로(相) 시작과 끝이 되니(爲終始), 비록(雖) 한쪽을 없앨(偏廢) 수 없으니(不可以),

 

然政刑能使民遠罪而已, 德禮之效, 則有以使民日遷善而不自知. 

그러나(然) 정과 형은(政刑) 백성으로 하여금(使民) 죄를 멀리하게(遠罪) 할 수(能) 있을 뿐이고(而已), 덕과 예의(德禮之) 효과라면(效, 則), 백성으로 하여금(使民) 날로(日) 선에 옮겨가고(遷善而) 자기도 모르게(不自知) 할 수 있다(有以).

 

故治民者不可徒恃其末, 又當深探其本也.

그러므로(故) 백성을 다스리는(治民) 사람은(者) 단지(徒) 그 말단(其末)에 의지할(恃) 수 없고(不可), 또(又) 마땅히(當) 그 근본(其本)을 깊이 탐구해야(深探) 한다(也).

 

○ 『禮記』 「緇衣」曰: “夫民敎之以德, 齊之以禮, 則民有格心. 敎之以政, 齊之以刑, 則民有遯心. 

예기 치의 편에 이르기를: 무릇(夫) 백성을(民) 덕으로(以德) 그들을 가르치고(敎之), 예로써(以禮) 가지런하게 하면(齊之), 즉(則) 백성에게(民) 격심이(格心, 바른 마음) 있고(有), 정령으로써(以政) 그들을 가르치고(敎之), 형벌로써(以刑) 그들을 가지런하게 하면(齊之), 곧(則) 백성에게(民) 둔심(遯心, 피하는 마음)이 있다(有).

 

故君民者, 子以愛之, 則民親之; 信以結之, 則民不倍; 恭以涖之, 則民有孫心.”

그러므로(故) 임금과 백성이란 것은(君民者), 자식처럼(子以) 그들을 사랑하면(愛之, 則) 백성이(民) 그를 친하게 여기고(親之); 믿음으로(信以) 그들을 묶으면(結之, 則) 백성이(民) 배반하지 않고(不倍); 공경으로(恭以) 그들을 대하면(涖之, 則) 백성에게(民) 순심이(孫心) 있다(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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