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은 하늘에 비추어 옳은 것을 따른다
物無非彼, 物無非是.
모든 사물에는(物) 저것이 아닌 것이(非彼) 없고(無), 모든 사물에는(物) 이것이 아닌 것이(非是) 없다(無).
* 物無非彼 物無非是: 지금 나를 이것[是]이라 부르고 그를 저것[彼]이라 할 때, 그를 彼라 부르는 나도 그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그[彼]이므로 모든 존재는 이것[是]이기도 하고 저것[彼]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물(존재)은 저것 아닌 것이 없고 이것 아닌 것이 없다.
自彼則不見, 自知則知之.
스스로(自) 저것이 되면(彼則) 알 수 없고(不見), 스스로(自) 알게 되면(知則) 그것을 안다(知之).
* 彼의 입장에서 보면 彼가 보이지 않음. 곧 자신을 스스로 대상화하지 않는 한 상대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이 彼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고, 스스로 알게 되면 그것을 알게 됨. 곧 자신을 대상화함으로써 스스로 彼가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뜻.
故曰: 彼出於是, 是亦因彼. 彼是, 方生之說也.
그러므로 말하기를(故曰): 저것은(彼) 이것에서(於是) 나오고(出), 이것(是) 또한(亦) 저것을 말미암는다(因彼). 저것과 이것이(彼是), 서로 낳아준다는(方生之) 설이다(說也).
* 彼是方生之說也: 彼와 是가 상호 간에 성립한다는 주장. 論理學者 惠施의 주장으로 彼와 是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보는 기준에 따라 때로 彼가 是로 되기도 하고 是가 彼로 되기도 하므로 彼와 是는 相卽的이며 相互規定的으로 성립하는 相對的 槪念이라는 주장이다.
雖然, 方生方死, 方死方生; 方可方不可, 方不可方可; 因是因非, 因非因是.
그렇다면(雖然), 나란히 낳고(方生) 나란히 죽고(方死), 나란히 죽고 나란히 낳고(方死方生); 나란히 옳고 나란히 옳지 않고(方可方不可), 나란히 옳지 않고 나란히 옳고(方不可方可); 옳음을 따르고 그름을 따르고(因是因非), 그름을 따르고 옳음을 따른다(因非因是).
* 方生方死 方死方生: 나란히 생기고 나란히 소멸되며, 나란히 소멸되고 나란히 생김. 是가 생기는 순간에 彼가 생기고 彼가 생기는 순간에 是가 생기므로 두 개념은 동시에 성립한다는 뜻.
是以聖人不由, 而照之于天, 亦因是也.
이 때문에(是以) 성인은(聖人) 따르지 않고(不由, 而) 그것을(之) 하늘에(于天) 비추어보아(照), 또한(亦) <절대적인> 옳음을 따른다(因是也).
是亦彼也, 彼亦是也. 彼亦一是非, 此亦一是非.
이것이(是) 또한(亦) 저것이고(彼也), 저것도(彼) 또한(亦) 이것이다(是也). 저것도(彼) 또한(亦) 시비가(是非) 하나가 되고(一), 이것도(此) 또한(亦) 시비가 하나가 된다(一是非).
* 彼亦一是非 此亦一是非: 彼도 또한 是非가 하나로 〈無化〉된 것이며 是도 또한 是非가 하나로 〈無化〉된 것임. 一是非를 “시비를 하나로 여겨 구분을 두지 않는다.”는 뜻으로 보면 이 해석이 타당하다.
果且有彼是乎哉? 果且無彼是乎哉?
과연 또한(果且) 저것과 이것의 <구별이>(彼是) 있는 것인가(有乎哉)? 과연 또한(果且) 저것과 이것의 <구별이>(彼是) 없는 것인가(無乎哉)?
彼是莫得其偶, 謂之道樞. 樞始得其環中, 以應無窮.
저것과 이것이(彼是) 무엇도(莫) 그 짝을(其偶) 얻지 못함을(得), 그것을(之) 도의 지도리(道樞)라고 한다(謂). 지도리가(樞) 비로소(始) 그(其) 고리의 가운데를(環中, 빈 구멍) 얻어서(得, 以) 응하는데(應) 다함이 없다(無窮).
* 樞始得其環中 以應無窮: 지도리는 문을 여닫는 중심 軸이다. 環中은 지도리의 빈 구멍. 곧 지도리가 고리의 구멍을 얻게 되면 絶對的인 ‘一’의 경지가 되어 무궁하게 千變萬化하는 현상계에 自由自在로 대응할 수 있다는 뜻.
是亦一無窮, 非亦一無窮也.
옳음도(是) 또한(亦) 하나의 궁이고(一無窮), 그름도(非) 또한(亦) 하나의 무궁이다(一無窮也).
故曰 「莫若以明」.
그러므로 말하기를(故曰) '무엇도(莫) 밝음으로 하는(以明) 것만 못하다(若)'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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