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오직 그 바람소리를 듣지 못했느냐
南郭子綦隱机而坐, 仰天而噓, 嗒焉似喪其耦.
남곽자기가(南郭子綦) 안석에(机) 기대어(隱而) 앉아서(坐), 하늘을 올려보며(仰天而) 탄식하고(噓), 멍하니 있는 것이(嗒焉) 그 짝을(其耦) 잃은 듯했다(似喪).
*隱机(궤)而坐: 안석에 기대앉음. 隱은 기댄다는 뜻. 机는 팔뚝을 기대는 안석이다.
*荅(답)焉: 荅焉은 몸이 해체된 듯한 모습.
顏成子游立侍乎前, 曰: '何居乎?
안성자유가(顏成子游) 앞에(乎前) 서서 모시면서(立侍), 말하기를(曰): '무슨 일(何) 인가요(居乎)?
* 何居乎: 어찌 된 일입니까. 居는 어조사로 乎보다도 강하게 회의하는 뜻을 표시한다.
形固可使如槁木, 而心固可使如死灰乎?
몸을(形) 진실로(固) 마른나무처럼(如槁木) 만들 수 있고(可使, 而) 마음을(心) 진실로(固) 식은 재처럼(如死灰) 만들 수 있는 것인가요(可使乎)?
* 形은 形體 곧 肉身을 의미하며 心은 心志 곧 精神을 의미한다. 郭象을 비롯한 대부분의 주석가들이 而를 順接을 나타내는 접속사로 보고 있지만 逆接으로 보아서 “육체는 고목처럼 정지시킬 수 있지만 정신도 불 꺼진 재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 수 있는가?”로 풀이할 수도 있다.
* 槁木(고목): 마른나무. 槁(고): 마르다 여위다, 위로하다, 쌓다, 말라죽은 나무.
* 死灰(사회): 1. 불기운(氣運)이 없어진 식은 재. 2. 「생기 없는 사람」을 비유(比喩ㆍ譬喩)하여 일컫는 말.
今之隱几者, 非昔之隱几者也.'
지금(今之) 안석에 기댄(隱几) 사람이(者), 예전에(昔之) 안석에 기댄(隱几) 사람이(者) 아닙니다(非也).'
子綦曰: '偃, 不亦善乎而問之也! 今者吾喪我, 汝知之乎?
자기가 말하기를(子綦曰): '언아(偃, 顏成子游의 이름), 또한(亦) 훌륭하지(善) 않은가(不乎) 네가(而) 그것을 묻는 것이(問之也)! 지금(今者) 내가(吾) 나를 잃은 것을(喪我), 너는(汝) 알았느냐(知之乎)?
* 而問之也: 而는 2인칭으로 안성자유를 지칭한다. 而之問也가 倒置된 형태
女聞人籟而未聞地籟, 女聞地籟而未聞天籟夫!'
너는(女) 사람의 소리는(人籟) 들었는데(聞而) 땅의 소리는(地籟) 아직 듣지 못했고(未聞), 너는(女) 땅의 소리는(地籟) 들었지만(聞而) 하늘의 소리는(天籟) 아직 듣지 못했구나(未聞夫)!'
* 籟(소): 악기, 소리, 울림
子游曰: '敢問其方.'
자유가 말하기를(子游曰): '감히(敢) 그 방법을(其方) 묻습니다(問).'라고 했다.
子綦曰: '夫大塊噫氣, 其名爲風.
자기가 말하기를(子綦曰): '그것은(夫) 큰 땅덩어리가(大塊) 기를(氣) 내쉬는 것이니(噫), 그 이름이(其名) 바람이다(爲風).
* 大塊(대괴): 큰 덩어리, 지구, 塊(괴): 덩어리, 흙덩이, 뭉치, 홀로, 편안하다, 크다, 우뚝하다.
是唯无作, 作則萬竅怒呺. 而獨不聞之翏翏乎?
이것은(是) 오직(唯) 일어남이 없으면(无作) <그만이지만>, 일어나면(作則) 온갖 구멍이(萬竅) 힘차게 소리 낸다(怒呺). 그런데(而) <너만> 유독(獨) 그 바람소리를(之翏翏) 듣지 못했는가(不聞乎)?
* 是惟無作: 이것은 일어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是惟無作則已의 생략. 是는 바람을 지칭.
* 竅(규): 구멍, 중요한 부분, 관건, 요령, 비결, 요점, 통하다.
* 翏翏(료): 긴 바람 소리[長風之聲]. 휙휙 부는 바람 소리. 郭象은 “바람 소리가 멀리 들리는 모양이다[風聲遠聞之貌].”라고 했다.
山林之畏佳, 大木百圍之竅穴, 似鼻, 似口, 似耳, 似枅, 似圈, 似臼, 似洼者, 似污者; 激者, 謞者, 叱者, 吸者, 叫者, 譹者, 宎者, 咬者, 前者唱于而隨者唱喁.
산과 나무가(山林之) 높고 험한데(畏佳), 큰 나무의(大木) 백 아름이나 되는(百圍之) 구멍이(竅穴), 코 같고(似鼻), 입 같고(似口), 귀 같고(似耳), 들보 같고(似枅), 술잔 같고(似圈), 절구통 같고(似臼), 웅덩이 같고(似洼者), 구덩이 같은 것(似污者)인데; 맑은 소리(激者), 부르짖는 소리(謞者), 꾸짖는 소리(叱者), 숨 쉬는 소리(吸者), 부르는 소리(叫者), 외치는 소리(譹者),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宎者), 흐느끼는 소리(咬者)가 나고, 앞선 소리가(前者) 부르짖으면(唱于而) 따르는 것이(隨者) 대꾸한다(唱喁).
* 畏隹는 嵔崔의 假借字(王先謙)로 높고 험한 모양을 나타낸다(馬敍倫).
* 佳(가): 아름답다, 좋다, 크다, 매우, 크게.
* 前者唱于而隨者唱喁: 앞선 바람이 ‘웅웅’하고 울면 뒤따르는 바람이 ‘윙윙’하고 화답함. 于와 喁는 모두 바람 소리를 나타내는 擬聲語.
泠風則小和, 飄風則大和, 厲風濟則衆竅爲虛.
산들바람이 불면(泠風則) 작게 화답하고(小和), 회오리바람이 불면(飄風則) 크게 화답하고(大和), 세찬 바람이(厲風) 그치면(濟則) 모든 구멍이(衆竅) 텅 비게 된다(爲虛).
* 飄(표): 나부끼다, 빠르다, 방탕하다.
* 濟(제): 건너다, 돕다, 도움되다, 이루다, 성공하다, 더하다, 유익하다, 많다, 그치다.
而獨不見之調調·之刁刁乎?'
너만(而) 유독(獨) 그(之) 흔들리고(調調) 그(之) 살랑거리는 것을(刁刁) 보지 못했는가(不見乎)?'
* 而는 ‘너’의 뜻. 調調刁刁는 크게 흔들거리는 것을 調調, 작게 흔들거리는 것을 刁刁라 한다. 之는 둘 다 是, 此의 뜻.
子游曰: '地籟則衆竅是已, 人籟則比竹是已. 敢問天籟.'
자유가 말하기를(子游曰): '땅의 소리는(地籟則) 여러 구멍이(衆竅) 그것이고(是已), 사람의 소리는(人籟則) 대나무 피리가(比竹) 그것입니다(是已). 감히(敢) 하늘의 소리를(天籟) 묻습니다(問).'라고 했다.
子綦曰: '夫吹萬不同, 而使其自已也, 咸其自取, 怒者其誰邪!'
자기가 말하기를(子綦曰): '무릇(夫) 불어대는 여러 <소리가>(吹萬) 같지 않아서(不同, 而) 그것이(其) 자기로부터(自已) 말미암게 하니(使也), 모두(咸) 그(其) 스스로(自) <소리를> 취하는 것이니(取), 힘쓰게 하는 것은(怒者, 소리 나게 하는 것은) 그(其) 누구인가(誰邪)!'
* 使其自己也: 그 소리로 하여금 스스로 말미암게 함. 自는 ‘~로부터’, 己는 自己를 의미함.
* 咸其自取: 모두 그 스스로 소리를 취함. 곧 모든 구멍이 자신의 구멍에 맞게 소리를 낸다는 뜻.
* 怒者其誰邪: 怒는 힘찬 바람 소리가 나게 하는 것. 〈逍遙遊〉편 제1장의 ‘怒而飛’의 怒와 같은 뜻. 邪는 의문형 助辭. 여기서는 反語를 나타내는 助辭로도 볼 수 있다. 앞 구절과 연결하여 ‘咸其自取 怒者其誰邪’를 ‘怒者其誰邪 咸其者取’의 倒置形文章으로 보아 “소리 나게 하는 것은 누구인가? 모두 스스로 취하는 것이지 소리 나게 하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출처: 동양고전종합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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