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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백가(諸子百家)/장자(莊子)

[장자(莊子) 내편(內篇) 제1편 소요유(逍遙遊) 2] 주방장이 요리를 못해도 시동과 제관이 대신할 수 없다 / 포인수불치포 시축불월준조이대지의(庖人雖不治庖 尸祝不越樽俎而代之矣)

by ഗൗതമബുദ്ധൻ 2023.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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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시 임금이여! 나는 천하로 할 것이 없는 사람이다

堯讓天下於許由, 曰: "日月出矣, 而爝火不息, 其於光也, 不亦難乎!

요임금이(堯) 허유에게(於許由) 천하를(天下) 양보하면서(讓), 말하기를(曰): "해와 달이(日月) 나왔는데(出矣, 而, 밝아졌는데도) 횃불이(爝火) 꺼지지 않으니(不息), 그(其) 밝음에 비해서(於光也), 또한(亦) <드러나기> 어렵지 않을까요(難乎)!

 

* 爝火(작화): 관솔불. 횃불. 林希逸은 炬火라고 풀이했다.

 

時雨降矣, 而猶浸灌, 其於澤也, 不亦勞乎!

때 맞춰(時) 비가 내리는데도(雨降矣, 而) 오히려(猶) 물을 뿌려대는 것은(浸灌), 그(其) 축축함에 대해서(於澤也), 너무(亦) 수고스럽지 않을까요(勞乎)!

 

* 時雨: 때맞추어 단비가 내림. 時는 適時(timely)의 뜻. 계절에 따라 그 계절에 가장 알맞은 음식을 時食이라 함과 같다.

* 浸灌(침관): 물을 뿌림. 물을 부어냄. 浸은 적시다, 灌은 물을 대다는 뜻으로 논밭에 물을 부어 적셔 주는 일.

* 澤(택): 못(넓고 오목하게 팬 땅에 물이 괴어 있는 곳), 늪, 은혜(恩惠), 은덕(恩德), 습하다(--), 축축하다.

 

夫子立而天下治, 而我猶尸之, 吾自視缺然, 請致天下."

선생이(夫子) <천자의 자리에> 오른다면(立而) 천하를 다스려질 텐데(天下治, 而) 내가(我) 아직도(猶) 주인 노릇하고 있으니(尸之), 내가(吾) 스스로(自) 보아도(視) 모자란듯하니(缺然), 청컨대(請) 천하를(天下) 맡아 주십시오(致)."라고 했다. 

 

* 我猶尸之: 내가 아직도 천하를 맡아 가지고 있음. 尸는 主의 뜻으로 주인 노릇하다, 다스리다, 담당하다의 뜻. 

* 自視缺然: 내 스스로 돌이켜 보아도 만족할 수 없음. 《孟子》 〈盡心 上〉의 “韓氏나 魏氏와 같은 富貴를 보태 주더라도 만일 그 부귀를 스스로 하찮게 여긴다면 〈그 사람은〉 남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이다(附之以韓魏之家 其自視欿然 則過人遠矣).”라고 한 말이 나오는데, 비슷한 의미의 말이다. 欿은 만족해하지 않고 모자라게 여긴다라는 뜻이다.

 

許由曰: "子治天下, 天下已治也.

허유가 말하기를(許由曰): "그대가(子) 천하를(天下) 다스려서(治), 천하가(天下) 이미(旣已) 다스려졌다(治也).

 

* 天下已治也: 천하가 이미 다스려짐. 旣已는 '이미'라는 뜻. 이미 다 잘 다스려지고 있다는 뜻으로 旣已治也라고 한 것인데 旣는 이미란 뜻도 있으나 다(盡)라는 뜻도 있다.

 

而我猶代子, 吾將名乎?

그런데(而) 내가(我) 오히려(猶) 그대를 대신하는 것은(代子), 내가(吾) 장차(將) 명예를(名) 추구하라는 것인가(乎)?

 

* 爲名은 천자라고 하는 이름을 추구하다, 이름 때문에 한다는 뜻.

 

名者, 實之賓也, 吾將爲賓乎?

명예란(名者), 실질의(實之) 손님이 되니(賓也), 내가(吾) 장차(將) 손님이 되라는 것인가(爲賓乎)?

 

鷦鷯巢於深林, 不過一枝; 偃鼠河, 不過滿腹.

뱁새가(鷦鷯) 깊은 숲에(於深林) 둥지를 만들 때(巢), 나뭇가지 하나를(一枝) 넘지 않고(不過); 두더지가(偃鼠) 황화의 물을(河) 마실 때(飮), 배를 가득 채움을(滿腹) 넘지 않는다(不過).

 

* 鷦鷯(초료): 뱁새, 굴뚝새, 

* 巢(소): 새집, 집, 깃들이다, 모이다, 무리를 짓다. 

* 偃鼠(언서): 시궁쥐, 두더지

 

歸休乎君! 予無所用天下爲.

돌아가 쉬시오(歸休乎) 임금이여(君)! 나에게(予) 천하로(用天下) 할(爲) 것이 없다(無所).

 

* 予는 我, 用은 以와 같음.

 

庖人雖不治庖, 尸祝不越樽俎而代之矣."

주방장이(庖人) 비록(雖) 음식을 제대로 하지 못해도(不治庖), 시동과 제관이(尸祝) 술동이와(樽) 제사상을(俎) 뛰어넘어(而) 그를 대신하지 않는다(代之矣)."라고 했다. 

 

* 治庖는 주방을 다스리다, 제사상을 차린다는 뜻. 尸祝의 尸는 太廟 안의 神主(성현영), 祝은 귀신의 말을 전하는 사람(陸德明). 보통 尸라 할 때에는 제사 때 신위 자리에 대신 앉히는 어린 尸童을 말하고 祝이라 하면 제사 때 祝文 읽는 祭官을 의미한다. 여기서 尸祝은 神의 세계에 속하는 人間을 상징하는데 許由가 자신을 이에 비유한 것이다. 또한 庖人은 堯를 비유한 것인데 “〈제사 때〉 숙수가 음식을 잘못 만든다고 해서 尸祝이 술단지와 제사상을 뛰어 넘어가서 숙수 일을 대신하지는 않는다.”라고 함은 宇宙의 絶對者이기를 지향하는 神의 세계에 속한 인간은 주방 일과 같은 세속의 俗事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뜻이다.

* 樽俎(준조): 제사(祭祀) 때에 술을 담는 준()과 고기를 담는 조()를 아울러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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