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에드윈 플리블랭크의 [고전 중국어 문법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1. 병렬과 종속
제5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단문들은 명시적인 접속 표시 없이도 서로 연결되어 더 큰 단위를 구성할 수 있다. 다음 예문의 경우, 같은 주어를 가진 네 동사가 차례로 나열되어 있다. 이들의 배열은 사건의 시간 순서와 일치하며, 앞동사와 뒤에 등장하는 동사 사이에 분명한 관련성이 있다. 그러나 이 관련성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표현되지 않고 있다.
539. 滕文公為世子, 將之楚, 過宋而見孟子(孟子 3上/1)
이 예문을 직역하면 다음과 같다. "등나라 문공은 세자였고, 초나라에 가려고 했고, 송나라를 지나갔고, 그리고 맹자를 만났다". 마지막 동사 앞에 삽입되는 조사 '而'는 ‘그리고'로 번역될 수 있지만, 일련의 절이 끝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지시해 주는 의미 없는 접속사에 지나지 않는다.
영어와 다른 많은 언어들에서는 접속사와 동사의 형태 변화를 통해 명시적으로 종속 관계를 표시하는 반면, 중국어는 병렬 관계를 사용하여 의미 관계를 문맥을 통해 추론하도록 남겨놓는 경우가 빈번하다.
2. 조건절
(1) 병렬
시간 또는 원인 관계와 마찬가지로, 조건은 두 단문을 나란히 놓는 병렬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540). 아래 예문을 두 개의 대등절(그들은 빼앗지 않고 만족하지 않는다)이 아니라 조건절로 해석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은 의미밖에 없다.
540. 不奪不饜(孟子 14/1) 빼앗지 않으면, 만족하지 않는다.
(2) 가정절 조사에 의한 종속
(a) '若', '如', '而'
가정의 의미를 가진 이 세 단어는 어원적으로 연관성이 있으므로, 한 그룹으로 묶을 수 있다.'若'과 '如'의 선택은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방언의 문제인 것 같다. '而'가 가정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542. 若闕地及泉, 遂而相見, 其誰曰, 不然(左傳 隱公 1/3)
땅을 파서 황천(黃泉)에 닿게 하고 지하통로를 만들어 서로 만난다면 누가 맹세를 어겼다고 말하겠습니까?
543. 如欲平治天下, 當今之世, 舍我其誰也(孟子 2下/13)
만약 하늘이 천하를 평화롭게 다스리고자 한다면, 지금 시대에 나 말고 누가 있겠는가?
좌전에서 '若'과 '如'의 용법은 분명히 다르다. 이는 가정의 '若'이 '... 하게 만들다'라는 의미의 사역 구조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해 준다. 노나라 방언(『논어』와 『맹자』)의 경우, 사역과 비사역의 의미는 형식적으로는 구분되지 않으며, '若'과 '如' 모두 '... 와 같다' 뿐만 아니라 가정의 의미로 사용된다. 따라서 아래 예문처럼 조사는 가정의 주어에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정의 주어가 조사의 앞에 놓이는 것도 가능하다.
544. 若趙孟死(左傳 襄公 31) 만약 조맹이 죽으면...
546. 子若免之, 以勸左右, 可也(左傳 昭公 1/3) 그대가 그를 용서해서 주위 사람을 분발시킨다면 좋은 일이다.
(b) '使', '令'등 (만약...)
사역 조동사 '使'와 '令'은 비인칭적으로(즉, 한정적인 주어 없이) 조건을 유도할 수 있다: '... 하게 만들다' = '... 라면'. 고전 시기의 문헌에서는 이러한 용법이 드물지만 전국시대 후기와 한 문헌에서는 일반적이다(551). 비인칭적으로 조건을 유도하는 다른 동사로는 '假'와 '設'이 있다(552, 553).
551. 嗟乎, 令冬月益展一月, 足吾事矣(史記 122. 3148)
아! 겨울이 한 달만 길어진다면 내 일을 성사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552. 假之有人而欲南無多而惡北無寡(荀子 22/68)
남쪽으로 가는 것은 아무리 많더라도 원하고, 북쪽으로 가는 것 은 아무리 적더라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553. 設秦得人, 如何(揚子法言 10) 진나라가 사람을 얻는다 하더라도 무엇을 하겠는가?
(c) '苟'
동사 '苟'는 '개의치 않다. 소홀히 하다'의 의미이다(554). 이 의미에서 '부주의하게'라는 부사적인 용법이 등장했으며, '어떻게 해서든, 우연히'와 같은 관용적인 의미로 확장되었다. '苟且(부주의한, 생각 없는)'와 비교해 보라. 고전 시기의 문헌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苟'의 용법은 가정의 유도이다. 여기서 '苟'의 원래 의미는 '... 한다면'이지만 상당히 약화되는 경우가 많다(556).
554. 無曰苟矣(詩經 256/6) '개의치 않는다'라고 말하지 말라.
556. 苟爲善, 後世子孫必有王者矣(孟 1下/14) 선을 행한다면 후세 자손 가운데 왕이 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d) '誠', '信'
가정절에 사용된 부사 '誠'과 '信'은 명제의 가정적(彼定的)인 성격을 강조하는 기능을 한다(명백한 진실을 표현하는 진술은 이런 단어로 강조할 필요가 없다!).
559. 誠如是也, 民歸之猶水之就下(孟子 1上/6)
정말로 그렇게 한다면, 백성들은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처럼 그에게 귀의할 것이다.
(e) '卽'
'卽'은 주절에서 '그렇다면'의 의미로 사용되는 것 이외에 가정절을 유도하는 조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의미는 동사 '卽'(다가가다. 이르다)에서 도출할 수 있을 듯하다.
561. 仲父家居有病. 卽不幸而不起, 政安遷之(韓非子 10)
중보께서 병 때문에 집에 머물러 계십니다. 만약 불행히 일어나지 못한다면 정부를 누구에게 옮겨야 할까요?
(f) '非'
'非'로 부정된 명사 술어는 뒤에 오는 주요 술어의 조건절이 된다. 독립적인 명사 술어에 동반되는 조사 '也'는 이 경우에는 생략된다.
562. 非我族類, 其心必異(左傳 成公 4/7) 우리 부족사람이 아니면, 마음이 분명 다를 것이다.
(3) 주절의 조사에 의한 종속
(a) '則'
두 번째 절 즉, 주절을 유도하는 조사 '則'을 사용하여 조건문을 표시하는 방법이 자주 사용된다. 가정절은 위에서 논의된 조사들 가운데 하나로 표시될 수도 있고, 표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용법에서 '則'의 함의는 명사를 화제로 표시해 주는 기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564. 河內凶, 則移其民於河東(孟子1上/3) 하내 지방이 흉년이 들면 그 백성을 하동 지방으로 옮긴다.
(b) '斯'
『시경』, 『논어』, 『맹자』에서는 '則' 대신에 대명사 '斯'가 사용된다.
566. 觀過, 斯知仁矣(論語 4/7) 어떤 사람의 잘못을 관찰해 보면, 그 사람이 인한 지를 알 수 있다.
(c) '卽'
'卽'은 초기 문헌에서 '卽位'(즉위하다), '卽世'(세상을 뜨다, 죽다)처럼 '다가가다,...로 가다'는 의미의 동사로 사용되었다. 이 의미에서 다양한 문법 조사로서의 용법이 도출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조건절을 유도하는 용법이다.
568. 原三日即下矣(韓非子 32) 원은 사흘이면 바로 함락될 것이다.
'한문 문법 > 고전 중국어 문법 강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문 해석을 위한 한문 문법 15장] 복문 - 시간절 / 원인과 이유 (0) | 2023.01.27 |
---|---|
[한문 해석을 위한 한문 문법 15장] 복문 - 양보절 (0) | 2023.01.27 |
[한문 해석을 위한 한문 문법 14장] 의문문 (0) | 2023.01.27 |
[한문 해석을 위한 한문 문법 14장] 명령문 (0) | 2023.01.27 |
[한문 해석을 위한 한문 문법 13장] 한정의 관형어와 부사어 - 唯 / 獨 / 或 / 莫 (0) | 2023.01.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