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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四書) 독해/고본대학(古本大學) 한문 문법(文法) 분석

[고본대학(古本大學) 제 4장] 대학의 핵심은 정심성의다 / 소위성기의자 무자기야 성의여신독(所謂誠其意者 毋自欺也 誠意與愼獨)

by ഗൗതമബുദ്ധൻ 2022.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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所謂誠其意者(소위성기의자): 毋自欺也(무자기야),

이른바(所謂) 그 뜻을(其意) 성실하게 하는(誠) 것은(者): 자기를(自) 속이지(欺) 않음이니(也), 

 

주희가 말하는 8 조목 이후에 바로 '성의'의 문제가 언급되는 것을 보면, 대학의 핵심은 '격물치지'가 아니라 '정심성의'라고 볼 수 있다. '격물치지'는 '정심성의'를 보완하는 부차적인 공부로 이해하고 있다. <대학학기 한글 역주, 김용옥>

 

성誠이란 단절되거나 왜곡됨이 없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말하는 형용사적 표현이며, 의意란 마음의 발동을 말한다. 마음의 근원을 이루는 것이 성性이고  성이 발동하여 구체화된 마음이 정精이다. 의는 성에서 발동은 했으나 정으로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 있는 마음, 즉 성에서 정품으로 가는 과정에 있는 마음을 말한다.

 

뜻을 정성스럽게 하지 못하면 성性이 발출 할 때 왜곡되어 악悪한 정情으로 나타나는데 이때의 악한 정에서 본다면, 마음은 자신의 본마음이 명령하는 방향과 정반대가 되어 있으므로 악한 정을 따르는 것은 본마음을 속이는 것이다. 뜻을 정성스럽게 하면 자기의 마음을 속임이 없이 본마음을 그대로 실천하게 되는 것이니, 이는 마치 나쁜 냄새를 맡고 "나쁜 냄새는 몸에 해로우니까 싫어해야 할 것이다"라는 계산을 함으로써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계산 없이 저절로 싫어하고, 좋은 빛을 보면 또한 저절로 좋아하게 되는 것과 같다. <대학중용강설, 이기동>

 

如惡惡臭(여오악취), 如好好色(여호호색), 此之謂自謙(차지위자겸), 故君子必愼其獨也(고군자필신기독)!

나쁜 냄새를(惡臭) 싫어하는(惡) 것처럼 하고(如), 아름다운 여인을(好色) 좋아하는(好) 것처럼 하고(如), 이것을(此之) 스스로 만족함 / 감정에 충실함(自謙)이라 말하고(謂), 그러므로(故) 군자는(君子) 반드시(必) 그 홀로 있음 때(其獨) 삼간다(也, 신중하게 한다)!

 

중용의 성이 우주론적인 천도의 문제이면서 인간 본성의 문제였다면, 대학의 성은 마음의 발출인 의를 성실하게 한다는 좁은 의미로 쓰였다. 그리고 그 성은 '여오악취如惡惡臭, 여호호색如好好色'하는 감성의 진정성 문제로 설명한다. 즉, 선과 악의 문제는 이성적 판단의 영역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즉각 반응하는 감성의 영역이다.

 

'자겸自謙'의 '겸謙'을 주희는 '스스로 만족함'이라고 풀었는데, 이렇게 되면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 '겸謙'은 일차적으로 '겸손하다, 편안하다'는 뜻이다. '감정에 충실하여 <편안하다>' 정도가 더 좋다. 

 

'신기독愼其獨'도 중용과 겹치는데, 중용에서는 인간 실존의 존재론적 근원으로서 '홀로 있음'을 논의하지만 대학에서는 오로지 자기 진정에 충실한 내면의 축적을 말한다. 홀로 있을 때 삼가며 쌓은 내면의 덕성이 결국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왕양명은 자신의 지행합일론의 근거로 '호호색 오악취'를 이야기했는데,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지행합일의 모습이 겨우 '오악취 호호색'의 수준이라면 지행합일의 수준이 너무 하찮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동방인들은 대체로 지의 문제를 의에 종속된 것으로 보았고, 의를 강조하면 결국 정의 문제로 귀속되고 만다. 인간 이성이 높은 수준의 연역적 사유를 낳았지만, 이성적 사유의 보장이 인간세계의 지선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성적 판단은 궁극적으로 '호호색'하고 '오악취' 하는 감정의 사태처럼 즉각적으로, 심미적으로, 직감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성적 판단이 감정적 판단과 일치되는 경지가 매우 지고한 단계이다. 이성적 판단으로 말한다면, 히틀러의 나치즘이 독일 사람의 이성이 마비되어 생긴 사태라고 볼 수는 없다. 이성이 아무리 작동하더라도 아름다운 꽃을 꽃으로 볼 수 있는 감정의 사태에 왜곡이 일어나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대학학기 한글 역주, 김용옥>

小人閒居爲不善(소인한거위불선), 無所不至(무소부지), 見君子而后厭然(견군자이후염연), 揜其不善(엄기불선), 而著其善(이저기선). 

소인은(小人) 한가로이 있을 때(閒居) 불선을(不善) 행하고(爲), 이르지(하지) 못하는(不至) 것이(所) 없다가도(無), 군자를(君子) 보고(見) 나서는(而后) 숨기고서(厭然), 자기(其) 불선을(不善) 가리고서(, 而) 자기(其) 선함을(善) 드러낸다(著).

 

* 閒: '한가하다'는 뜻의 형용사, 여기서는 동사 거居를 수식하는 부사가 되어 '한가하게'로 됨. 한가하게 있다는 것은 혼자 있는 것을 말한다.

* 厭然: 부끄러워 가리고 감추는 모양.

 

人之視己(인지시기), 如見其肺肝然(여견기폐간연), 則何益矣(즉하익의).

남이(人之) 자기를(己) 보면(視), 그(其) 폐와 간이(肺肝) 보이는(見) 것과 같으니(然), 그렇다면(則)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何益矣).

 

此謂誠於中(차위성어중), 形於外(형어외), 故君子必其獨也(고군자필신기독야).

이것은(此) 마음속에(於中) 성실함이 <쌓이면>(誠), 밖에(於外) 드러나는(形) 것을 말하고(謂), 그러므로(故) 군자는(君子) 반드시(必) 그 홀로 있을 때(其獨) 삼가야 한다(也).

 

曾子曰: 十目所視(십목소시), 十手所指(십수소지), 其嚴乎(기엄호)!

증자가 말하기를(曾子曰): 열 개의 눈이(十目) <나를> 보는 것이고(所視), 열 개의 손가락이(十手) <나를> 가리키는 것이니(所指), 매우 엄중하구나(其嚴乎)!

 

富潤屋(부윤옥), 德身(덕윤신), 心廣體胖(심광체반), 故君子必誠其意(고군자필성기의).

부유함이(富) 집을(屋) 윤택하게 하고(潤), 덕이(德) 몸을(身) 윤택하게 하니(潤), 마음이 넓어지고(心廣) 몸이 편안해지며(體胖), 그러므로(故) 군자는(君子) 반드시(必) 그 뜻을(其意) 성실하게 한다(誠).

 

* 胖: '편안하다'는 뜻. 여기서는 몸이 펴지는 것을 말함. 음은 '반'.

 

 마음이 성性에서 곧게 발출 되도록 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성에서 발출 되는 과정에 있는 의意가 굴절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굴절되게 하는 외적 요인, 즉 이기적으로 계산하는 마음의 작용을 제거하는 것이다. 전자는 성의誠意이고 후자는 지경持敬이다. <대학중용강설, 이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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