季路問事鬼神(계로문사귀신). 子曰: “未能事人, 焉能事鬼?(미능사인 언능사귀)”
계로가(季路) 귀신(鬼神) 섬기기(事)를 물었다(問).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사람을(人) 모시기(事)를 잘하지(能) 못하는데(未), 어찌(焉) 귀신 섬기기를(事鬼) 잘하겠는가(能)?
○ 問事鬼神, 蓋求所以奉祭祀之意.
귀신(鬼神) 섬기기(事)를 물은(問) 것은, 아마도(蓋) 제사(祭祀)를 모시는(奉) 것의(所以之) 뜻(意)을 구함이다(求).
敢問死(감문사). 曰: “未知生, 焉知死(미지생 언지사)?”
감히(敢) 죽음을(死) 묻습니다(問). 말씀하시기를: “삶을(生) 알지(知) 못하는데(未), 어찌(焉) 죽음을(死) 알겠는가(知)?
而死者人之所必有, 不可不知, 皆切問也. 然非誠敬足以事人, 則必不能事神;
죽음은(而死者) 사람이(人之) 반드시(必) 가지는(有) 것으로(所), 알지 않으면(不知) 안되며(不可), 모두(皆) 절실한(切) 물음이다(問也). 그러나(然) 성경(誠敬)이 사람을 모시기에(事人) 족하지(足以) 않다면(非, 則) 반드시(必) 귀신 섬기기를(事神) 잘할 수 없다(不能);
非原始而知所以生, 則必不能反終而知所以死. 蓋幽明始終, 初無二理, 但學之有序, 不可躐等, 故夫子告之如此.
시작을(始) 캐들어 가서(原而) 사는(生) 까닭을(所以) 알지(知) 않으면(非, 則) 반드시(必) 마침을 돌이켜(反終而) 죽는(死) 까닭을(所以) 알지(知) 못한다(不能). 대체로(蓋) 유명(幽明)과 종시(始終)는, 애초에(初) 두 이치가(二理) 없고(無), 다만(但) 그것을 배움에(學之) 순서가 있으며(有序), 뛰어넘을(躐等) 수 없고(不可), 그러므로(故) 선생님이(夫子) 이것을(之) 이처럼(如此) 일러주었다(告).
○ 程子曰: “晝夜者, 死生之道也. 知生之道, 則知死之道; 盡事人之道, 則盡事鬼之道.
정자가 말하기를: 낮과 밤은(晝夜者), 삶과 죽음의(死生之) 도리다(道也). 삶의(生之) 도(道)를 알면(知, 則) 죽음의(死之) 도(道)를 알고(知); 사람 섬기는(事人之) 도(道)를 다하면(盡, 則) 귀신 섬기는(事鬼之) 도(道)를 다할 수 있다(盡).
死生人鬼, 一而二, 二而一者也. 或言夫子不告子路, 不知此乃所以深告之也.”
사생(死生)과 인귀(人鬼)는, 하나이면서(一而) 둘이고(二), 둘이면서(二而) 하나다(一者也). 혹(或) 선생님이(夫子) 자로에게(子路) 일러주지 않았다고(不告) 말하는(言) 것은, 이것이(此) 바로(乃) 그것을(之) 깊이 일러주신(深告) 것임을 알지 못하기(不知) 때문이다(所以也).
유교는 반종교적인 철학이 아니다. 지극히 종교적이다. 귀(鬼)는 인귀(人)의 맥락에서 쓰이고, 신(神)은 천신(天神)의 맥락에서 쓰였다. 지신(地神)은 기(祇)라는 개념으로 나타난다. 귀신은 초자연적 신의 세계를 총칭하는 개념으로 이미 춘추시대에 보편화되었다.
헬레니즘 시대 유행한 사조 중에 영지주의(Gnosticism)가 있다. 영지주의는 가지론(可知論)이다. 무엇을 아는걸까? 천상의 일, 사후의 일, 영생의 세계 따위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하늘나라의 모든 비밀을 알 수 있다는 발상이 바울의 비전을 만들고, 요한복음의 파라클레토스(보혜사)를 만들고 요한계시록의 환상을 만들었다.
칸트는 아예 그런 물자체나 초자연적 세계는 순수이성의 권역 밖이어서 불가지론의 대상이라고 했다. 모든 종교는 순수이성과 실천이성의 한계 내에 머물러야 한다. 우리가 이성적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범위에서 신이나 영혼불멸이나 자유의 논리가 필요하다.
공자는 귀신이나 죽음의 문제는 불가지론의 대상으로 말한다. 자로의 질문에 삶도 모르는데...라고 한 방 먹인다. 그러면서도 불가지의 대상인 귀신의 세계를 부정하지 않는다. 공자는 귀신이나 죽음에 대한 관심을 인간의 삶에 대한 관심으로 돌릴 뿐이다. <논어 한글역주, 김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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