季氏使閔子騫爲費宰. (계씨사민자건위비재)
계씨가(季氏) 민자건(閔子騫)으로 하여금(使) 비읍의(費) 재(宰)가 되도록(爲) 했다.
- 민자건은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보다 열다섯 살 아래다. 논어에서 子로 불린 네 명 중에 한 사람이다. 민자건은 덕행과 효행으로 이름이 났고, 안연, 염백우, 중궁과 함께 덕행으로 사과십철에 꼽힌다. 비읍은 계씨의 성읍 중 하나로 가장 막강하고 골치 아픈 존재였다. 자로가 비읍의 성벽을 허물려다 공산불뉴의 반란이 일어났고, 공자가 이 일로 기나긴 유랑을 떠나게 된 사건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계씨는 이 골칫덩이인 비읍을 민자건에게 맡기려고 했다.
○ 閔子騫, 孔子弟子, 名損. 費, 季氏邑.
민자건(閔子騫)은, 공자 제자로(孔子弟子), 이름이(名) 손이다(損). 비(費)는, 계씨의(季氏) 읍이다(邑).
閔子騫曰: “善爲我辭焉(선위아사언). 如有復我者(여유복아자), 則吾必在汶上矣(즉오필재문상의).”
민자건이 말하기를: 나를 위해서(爲我) 그것을(焉) 잘(善) 말해주시오(辭). 만약(如) 나를(我) 다시 부르는(復) 사람이(者) 있다면(有, 則) 내가(吾) 반드시(必) 문수 가에(汶上) 있을 것이다(在-矣).
- 민자건은 이 청을 거절하면서 말한다. '나를 다시 부르러 오면 문수가에 있겠다.' 문수는 제나라와 노나라의 경계가 되는 강이었다. 이것을 문수를 건너 제나라로 도망갈 수도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너무 과장된 것이고, 다시 부른다면 초야에 묻히겠다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보통은 민자건이 벼슬을 사양한 일에 대해서 만고의 덕행으로 추앙한다. 하지만, 벼슬을 해서 바른 정치를 할 기회가 있다면, 벼슬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이 장에 나오는 이야기만으로 민자건이 벼슬을 사양해야 하는 필연적 까닭을 알기는 어렵다. 벼슬을 하지 않고 초야에 묻히는 것이 지고의 덕행이라면 사회는 누가 이끌어 가야 하는가? <김용옥, 논어 한글 역주>
○ 汶, 水名, 在齊南魯北竟上. 閔子不欲臣季氏, 令使者善爲己辭. 言若再來召我, 則當去之齊.
문(汶)은, 물 이름이고(水名), 제나라 남쪽과(齊南) 노나라 북쪽(魯北) 경계에(竟上) 있다(在). 민자가(閔子) 계씨의 신하 되기를(臣季氏) 바라지 않고(不欲), 사자에게(使者) 자기를 위해(爲己) 잘(善) 말해달라고(辭) 시켰다(令). 만약(若) 다시 와서(再來) 나를 부르면(召我, 則) 마땅히(當) 떠나서(去) 제나라로 간다는(之齊) 말이다(言).
○ 程子曰: “仲尼之門, 能不仕大夫之家者, 閔子ㆍ曾子數人而已.”
정자가 말하기를: 중니의(仲尼之) 문하에서(門), 대부의 집에서(大夫之家) 벼슬하지 않을(不仕) 수(能) 있는 사람은(者), 민자와(閔子) 증자(曾子) 몇 사람(數人) 뿐이다(而已).
謝氏曰: “學者能少知內外之分, 皆可以樂道而忘人之勢.
사씨가 말하기를: 배우는 사람은(學者) 내외의 구분을(內外之分) 조금이라도(少) 알(知) 수 있다면(能), 모두(皆) 도(道)를 즐기고(樂而), 사람의 세력을(人之勢) 잊을(忘) 수 있다(可以).
況閔子得聖人爲之依歸, 彼其視季氏不義之富貴, 不啻犬彘. 又從而臣之, 豈其心哉?
하물며(況) 민자가(閔子) 성인(聖人)을 얻어(得) 그것을(之) 의지하고 귀의할 것으로(依歸) 삼았으니(爲), 그가(其) 계씨의(季氏) 불의한(不義之) 부귀(富貴) 보기를(視), 다만(啻) 개 돼지만도(犬彘) 못하게(不) 여길 뿐만 아니라(彼), 또(又) 따라서(從而) 그에게(之) 신하노릇 하는 것이(臣), 어찌(豈) 그(其) 마음이겠는가(心哉)?
在聖人則有不然者, 蓋居亂邦, 見惡人, 在聖人則可; 自聖人以下, 剛則必取禍, 柔則必取辱.
성인이(聖人) 있으면(在-則) 그렇지 않은 사람이(不然者) 있고(有), 대체로(蓋) 어지러운 나라에(亂邦) 머물고(居), 악인(惡人)을 만나도(見), 성인에게(聖人) 있어서라면(在-則) 괜찮지만(可); 성인(聖人) 이하(以下)부터는(自), 강하면(剛則) 반드시(必) 화를 얻고(取禍), 약하면(柔則) 반드시(必) 치욕을 얻는다(取辱).
閔子豈不能早見而豫待之乎? 如由也不得其死, 求也爲季氏附益, 夫豈其本心哉?
민자가(閔子) 어찌(豈) 미리(早) 알고(見而) 그것을(之) 미리(豫) 대비하지(待) 않을 수 있겠는가(不能-乎)? 유(由也)가 그(其) 죽음을(死) 얻지 못하고(不得), 구가(求也) 계씨를 위해(爲季氏) 더(益) 보태는 일(附) 같은 것이(如), 무릇(夫) 어찌(豈) 그의(其) 본마음(本心) 이겠는가(哉)?
蓋旣無先見之知, 又無克亂之才故也. 然則閔子其賢乎?”
대체로(蓋) 이미(旣) 미리 보아 아는(先見之) 지혜가(知) 없고(無), 또(又) 난세를(亂) 극복할(克之) 재주가(才) 없는(無) 까닭이다(故也). 그렇다면(然則) 민자가(閔子) 아마도(其) 현명한 것인가(賢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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