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에드윈 플리블랭크의 [고전 중국어 문법 강의] 제8장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문장의 어떤 성분은 정상적인 위치가 아닌 문장의 맨 앞에 놓여 특별한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경우의 하나로 문법적으로 주어가 아닌 성분이 '화제'(topic)로 등장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동사의 목적어와 같은 요소가 화제가 되지 않으면서도 대조적인 강조가 부여되는 '노출'(exposure) 역시 이러한 효과를 수반한다.
1. 주어가 아닌 성분의 노출|
228. 然而不王者, 未之有也(孟 1上/3) 이런 상황에서 왕 노릇을 못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 문장은 '未有然而不王者也'와 같다. 목적어가 노출될 경우 이 목적어는 '之'로 반복되고 이 '之'는 다시 일반적인 어순 규칙에 의해 부정사와 동사 사이로 이동한다.
229. 萬取千焉, 千取百焉, 不為不多矣 (孟子 1上/1)
만에서 천을 취하고, 천에서 백을 취하면 이미 많은 것입니다(=많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이 예문에서 기저 형태는 '取千於萬'과 '取百於千'이다. 개사 '於'의 명사 목적어가 노출될 경우, 이 목적어는 '於+之'를 대신하는 '焉'으로 재지시된다.
230. 萬乘之國, 弑其君者, 必千乘之家 (孟子 1上/1)
전차 만 대를 가진 나라의 임금을 시해할 사람은 필연코 전차 천 대를 가진 나라[의 수장]일 것입니다.
이 예문에서 기저 형태는 '弑萬乘之國之君'이다. 재지시 기능을 하는 대명사는 소유격의 '其'이다. 이전의 예문과 마찬가지로 노출된 요소는 수사상의 필요에 의해 재지시되고 다음 문장의 '千乘之國'과 대조를 이루게 된다.
231. 五畝之宅, 樹之以桑 (孟子 1上/3) 오무의 택지에 뽕나무를 심게 하다.
고전중국어 초기 문헌인 『좌전』, 『국어』의 경우 노출 구조에 있어서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전치된 목적어는 대명사(일반적으로는 '之'와 '是')로 재지시되고 대명사는 동사의 뒤가 아니라 동사의 앞에 놓이게 된다. 이 어순은 의심의 여지없이 대명사를 동사의 앞에 위치시키는 고전 시기 이전에 널리 쓰이던 어순 규칙의 잔재이다(232). 규칙적으로 목적어 '之'를 생략하는 개사 '以'의 경우, 전치된 명사 목적어는 대명사로 재지시되지 않는다(233). 후대의 문언에도 등장하는 이 구조의 고정화된 형태로 동사 '謂'가 있다(237).
232. 戎是膺(詩經 300/4) 융과 적, 그들을 진정시키다.
236. 若晉君朝以,則婢子夕以死,夕以入, 則朝以死 (左傳 僖公 15/14)
진나라의 임금이 아침에 들어오면 우리 여자와 아이들은 저녁에 죽고, 저녁에 들어오면 아침에 죽는다.
237. 夫之謂也(孟子1上/7) (그 시는) 선생님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2. 주어의 노출
주어가 특별한 강조나 대비가 주어지는 성분일 경우 그 위치가 바뀌지 않는다. 주어의 정상적인 위치는 동사의 앞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어 에도 노출 표지가 주어질 수 있다. 이러한 역할은 주어와 동사 사이에 위치하는 반복 대명사 '實' 또는 '寔'에 의해 수행 된다(241). 노출된 목적어와 마찬가지로 노출된 주어도 종종 관형 조사 '唯', '非', '將', '必'중의 하나로 유도된다(244).
241. 此二人者實寡君(左傳 隱公4/6) 이 두 사람이 우리 임금을 시해한 자들이다.
244. 天也, 非人也, 天之生是使獨也(莊子 3/13)
하늘이다. 사람이 아니다. 하늘이 낳을 때 나를 외발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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