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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배우기/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우리말/우리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당하고 시키는 말로 뒤덮인 문장 (1)

by ഗൗതമബുദ്ധൻ 2023.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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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하는 말(피동被動)이나 시키는 말(사동使動)은 모두 동사와 관련된 말이다.

 

가령 '먹다'라는 동사를 '먹히다'라고 쓰면 (먹는 행위를)당하는 말이 되고 '먹이다'라고 쓰면 (먹게끔 하는)시키는 말이 된다. 이렇게만 보면 무척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모든 동사가 당하는 말과 시키는 말을 갖는 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설레다'라는 동사는 당하는 말도 시키는 말도 갖지 않는다.

 

1. 그러다가 언젠가는 크게 데일 날이 있을 거야. ⇒ 크게 델

2. 고기를 구워 먹고 나니 웃옷에 고기 냄새가 온통 다 배였다. 다 뱄다

3. 그 사람을 다시 만난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설레여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마음이 설레
4. 점심 무렵까지도 날이 궂더니 어느새 활짝 개여서 하늘 이 파래졌다.  활짝 개어
5. 휴가가 너무 기다려진다. 너무 기다리고 있다. 

 

동사 '데다'는 당하는 말을 만들 수 없다. 무언가에 데는 것 자체가 이미 당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데어, 데니, 데는, 덴, 델, 데었다'라고 써야지 사동이나 피동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이'를 붙여 '데이어(여), 데이니, 데이 는, 데인, 데일, 데였다'라고 활용해 쓰면 어색하다.

 

'냄새가 스며들어 오랫동안 남아 있다'라는 뜻의 동사 '배다' 또한 '데다'와 마찬가지로 당하는 말을 만들 수 없다. 

 

<출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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