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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四書) 독해/고본대학(古本大學) 한문 문법(文法) 분석

[고본대학(古本大學) 제 14장] 군자에게는 자로 재듯이 적용하는 기준과 원칙이 있다 / 시이군자유혈구지도야(是以君子有絜矩之道也)

by ഗൗതമബുദ്ധൻ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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所謂平天下在治其國者(소위평천하치기국자), 上老老而民興孝(상로로이민흥효), 上長長而民興弟(상장장이민흥제), 上恤孤而民不倍(상휼고이민불배).

이른바(所謂) 천하를 평안하게 하는(平天下) 것이 자기(其) 나라를(國) 다스리는 것에(者) 달렸다는() 것은, 임금이(上) 노인을(老) 노인으로 대접하면(老而) 백성이(民) 효에(孝) 의지해 일어나고(), 임금이(上) 어른을(長) 어른으로 대접하면(長而) 백성이(民) 공경하는 마음에(弟) 의지해 일어나고(), 임금이(上) 외로운 사람을(孤) 구휼하면(而) 백성이(民) 배반하지 않는다(不倍).

 

'上長長'의 '長'을 단순히 '나이 많은 사람'으로 해석하면 앞의 '노인'과 차이가 없을 수 있다. 여기서는 사회와 정치계에서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고 해석한다. '고孤'는 고아, 홀아비, 과부, 독거노인 등의 모든 외로운 사람을 말한다. <대학학기 한글 역주, 김용옥>

 

是以君子有絜矩之道也(시고군자유혈구지도야).

그러므로(是以) 군자에게는(君子) 혈구지도(絜矩之道, 자로 모든 것을 재듯이 일정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모든 일을 대하는 태도)가 있다(也).

 

'혈구絜矩'의 사전적 의미는 '나무나 쇠로 만든 ‘ㄱ’ 자 모양의 곱자로 잰다'는 뜻으로, 자기의 처지로 미루어 남의 처지를 앎을 이르는 말이다. <대학학기 한글 역주, 김용옥>

 

所惡於上(소오어상), 毋以使下(무이사하); 所惡於下(소오어하), 毋以事上(무이사상);

윗사람에게(於上)<과의 관계에서> 싫었던 것으로(所惡), 그것으로(以) 아랫사람을 부리지(使下) 말고(毋); 아랫사람에게(於下) 싫었던 것으로(所惡), 그것으로(以) 윗사람을 섬기지(事上) 말고(毋);

 

所惡於前(소오어전), 毋以先後(무이선후); 所惡於後(소오어후), 毋以從前(무이종전);

앞사람에게(於前)<과의 관계에서> 싫었던 것으로(所惡), 그것으로(以) 뒷사람에게(後) 앞서지(先, 물려주지) 말고(毋); 뒷사람에게(於後) 싫었던 것으로(所惡), 그것으로(以) 앞사람을(前) 따르지만(從) 말고(毋);

 

所惡於右(소오어우), 毋以交於左(무이교어좌); 所惡於左(소오어좌), 毋以交於右(무이교어우).

오른쪽에서(於右) 싫었던 것으로(所惡), 그것으로(以) 왼쪽과(於左) 사귀지(交) 말고(毋); 왼쪽에서(於左) 싫었던 것으로(所惡), 그것으로(以) 오른쪽과(於右) 사귀지(交) 말라(毋).

 

此之謂絜矩之道也(차지위혈구지도야).

이것을(此之) 혈구지도라고(絜矩之道) 말한다(也).

 

云: “樂只君子(악지군자), 民之父母(민지부모).”

시에 이르기를: “즐거운(樂只) 군자여(君子), 백성의(民之) 부모로다(父母).”

 

民之所好好之(민지소호호지), 民之所惡惡之(민지소오오지), 此之謂民之父母(차지위민지부모).

백성이(民之) 좋아하는 것(所好) 그것을 좋아하고(好之), 백성이(民之) 싫어하는 것(所惡) 그것을 싫어하면(惡之), 그것을(此之) 백성의(民之) 부모라고(父母) 말한다(謂).

 

云: “節彼南山(절피남산), 維石巖巖(유석암암). 赫赫師尹(혁혁사윤), 民具爾瞻(민구이첨).”

시에 이르기를: “높고 험한(節) 저(彼) 남산(南山), 오직 바위가(維石) 우뚝하다(巖巖). 빛나는(赫赫) 태사(師) 이윤(尹)이여, 백성이(民) 모두(具) 너를(爾) 본다(瞻).”

 

有國者(유국자), 不可以不愼(불가이불신), 辟則爲天下僇矣(피즉위천하륙의).

나라를 가진(有國) 사람은(者), 삼가지 않을(不愼) 수 없으니(不可以), 치우치면(辟則) 천하의(天下) 치욕이(僇) 된다(矣).

 

'평천하平天下'를 '치국'과 관련지어 말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은 평천하의 구체적인 방법은 언급하지 않는다. 이장에서 주목할 점은 '혈구지도絜矩之道'라는 개념의 등장이다. '혈구絜矩'에서 '구矩'는 기본적인 뜻이 '곡척(곱자)'다. 여기서 곡척은 직각작의 의미가 아니라 도량형의 기준이 되는 '법도(法度)'를 말한다.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으로 인간관계에 적용할 수 있는 어떤 원칙이나 법칙이다. 

 

그런데 '혈구지도'의 내용을 보면 사실 공자가 말한 '서恕'라는 개념의 재해석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공자부터 중용까지 이미 '서恕' 혹은 '충서忠恕'라는 개념은 공문의 정통 윤리로 논의되었다. 그런데 대학은 왜 '충서'를 말하지 않고 '혈구지도'를 말한 것인가? 대학의 저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든 개념인 것은 분명하다. '구矩'와 같은 도량형 개념을 쓰는 것은 보다 객관적이고, 양적이고, 후험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개념을 가장 많은 쓴 학파가 바로 법가다. 

 

앞에서 다룬 '정심, 수신, 제가'의 문제는 인간 내면의 성실함으로 덕성을 발현하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하지만, 치국과 평천하에 들어서면 그것은 인간 내면의 문제의 실존적 윤리가 아닌, 객관적 기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윤리가 필요하다. 이런 객관적 보편주의 사고가 바로 '혈구지도'다. 즉, 혈구지도는 상하, 좌우, 전후 인간관계의 객관적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순자의 예론에 가깝다. 대학의 저자는 결국 '격물치지(知)'와 '정심성의(情)'를 혈구지도로 통합하여 지, 정, 의를 통합해서 말하고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자는 이런 통합된 전인적 인격을 가지고 '혈구지도'의 공평성을 실현해서, 부모와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의 메시지는 맹자, 순자의 논리를 통합하고 새로운 제국의 출현을 기대하게 하는 전국 말기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대학학기 한글역주, 김용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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