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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배우기/고급 문장 수업

[좋은 문장 만들기 005] 주어를 갖춰 쓰지 않은 비문

by ഗൗതമബുദ്ധൻ 2023.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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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는 행인들만 오갈 뿐이어서 을씨년스러웠다.

 

문장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주어 + 서술어'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문장에는 주어와 서술어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따라서 주어와 서술어가 잘 호응을 이뤄야 좋은 문장이 된다. 흔히 문장을 길게 쓰거나 간결하게 쓰다 보면, 주어가 모호해지기도 하고, 주어를 빠뜨리기도 한다. 예컨대 '산에 나무가 많아서 산이 푸르다'를 간결하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주어를 빼먹고 '산에 나무가 많아서 푸르다'로 표현하는 것이다. 

 

제시문의 ‘시장에는'은 '뒤에 조사 '는'이 덧붙은 형태로 주어처럼 보이지만 주어는 아니다. 즉 제시문은 '시장에는 을씨년스러웠다'라는 구조로서, 필수 성분인 주어가 빠진 불완전한 문장이다.

 

• 시장은 행인들만 오갈 뿐이어서 을씨년스러웠다.

 

위의 문장처럼 '시장에는'을 '시장은'으로 바꾸어 주어를 갖추어 주면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이 경우 주어가 바로 뒤에 이어지는 서술어와는 잘 호응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 점까지 감안하면 '시장에는'을 살려둔 채 뒷부분에 다른 주어를 내세우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시장에는 행인들만 오갈 뿐이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또한, 문장을 길게 쓰면서 주어·목적어가 두 개 이상이면 구조가 복잡해져 호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가능하다면 한 문장 안에 주어와 술어를 하나씩만 쓰는 ‘단문’ 형태로 바꿔야 한다. 단문을 쓰면 주어·목적어가 서술어와 호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줄어들고, 내용도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할 수 있어 좋다. 만일 짧은 문장이 너무 많아 긴장감이 높아진다면 ‘~고’, ‘~며’, ‘~ 때문에’와 같은 연결어로 문장을 연결하면 된다.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하고 나서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는 결과를 낳았다.

 

예문에서 ‘낳았다’란 서술어와 호응하는 주어가 없다. ‘북한’은 ‘포격하다’의 주어이지 전체 문장의 서술어인 ‘낳았다’의 주어가 아니다.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사건이 원인이 돼서 남북한 긴장이 고조됐으므로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사건’을 주어로 해야 맞다.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사건은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 ‘사건’이란 추상적 개념을 주어로 써 어색하다. 이 문장을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다’와 ‘남북한 긴장이 고조됐다’로 나눈 뒤, ‘낳았다’란 서술어가 원인-결과를 나타낸다는 점을 고려해 ‘포격 사건’, ‘긴장 고조’의 순서로 배치하면 자연스럽다.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기 때문에 남북한 긴장이 고조됐다.

 

[출처: 이병갑, 고급문장수업, 학민사, 2018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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