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맹의길/논어집주(論語集註)

[논어집주 이인(里仁) 4-5] 부귀는 누구나 바라는 것이지만 / 부여귀시인지소욕야 불이기도득지 불처야(富與貴是人之所欲也, 不以其道得之, 不處也)

by ഗൗതമബുദ്ധൻ 2022. 9. 3.
반응형

올바른 도로 얻은 것이 아니라면...

子曰: “富與貴是人之所欲也, 不以其道得之, 不處也; (자왈 부여귀시인지소욕야 불이기도득지 불처야)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부유함과(富與) 귀함(貴)은, 이것은(是) 사람들이(人之) 바라는 것이고(所欲也), 정당한 도로써(以其道) 그것을 얻지(得之) 않았으면(不), 머물지 않고(不處也);

 

* 所(소): ~하는 바, ~하는 뜻으로 주로 쓴다. 주어와 술어 사이에 쓰여 주술구조를 명사구로 만들어주는 특수대사다. 所(소) 앞에 주술구조를 명사구로 만들어주는 구조조사 之(지)를 함께 쓰는 경우가 많다.

 

貧與賤是人之所惡也, 不以其道得之, 不去也. (빈여천시인지소오야 불이기도득지 불거야)

가난함과(貧與) 천함(賤)은, 이것은(是) 사람들이(人之) 싫어하는 것이고(所惡也), 정당한 도로써(以其道) 그것을 얻지(得之) 않았으면(不), 떠나지 않는다(不去也).

 

* 부귀와 달리 빈천에 대해서는 많은 해석이 있다. 하안은 '군자가 도를 행하더라도 빈천할 때가 있다. 이는 도로써 얻은 것이 아니다. 비록 사람들은 싫어하지만 버려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주희는 형병의 주석을 따라 '마땅히 얻지 말아야 할 것인데 얻은 것으로 군자가 빈천에도 편안해하는 것이 이와 같다'라고 했다. 이 경우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므로 버리지 말아야 할 대상이 되고, 빈천을 권장하는 꼴이 된다. 이에 대해서 후한의 왕충은 '빈천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버리지 않으면 떠날 수 없다'라고 했다. 다산도 왕충의 해석을 따랐다. <교양인의 논어, 신동준>


○ 不以其道得之, 謂不當得而得之. 然於富貴則不處, 於貧賤則不去, 君子之審富貴而安貧賤也如此.

불이기도득지(不以其道得之)는, 얻은 것이(得) 마땅하지 않은데도(當而) 그것을 얻음(得之)을 말한다(謂). 그러나(然) 부귀에서라면(於富貴則) 머물지 않고(不處), 빈천에서라면(於貧賤則) 떠나지 않으니(不去), 군자가(君子之) 부귀(富貴)를 살피고(審-而) 빈천을(貧賤) 편안하게 여기는 것이(安-也) 이와 같다(如此).


君子去仁, 惡乎成名? (군자거인 오호성명)

군자가(君子) 인을 떠나면(去仁), 어디에서(惡乎) 이름을 이루겠는가(成名)?


○ 言君子所以爲君子, 以其仁也. 若貪富貴而厭貧賤, 則是自離其仁, 而無君子之實矣, 何所成其名乎?

군자가(君子) 군자가 되는(爲君子) 까닭은(所以), 그 인(其仁) 때문이라는(以-也) 말이다(言). 만약(若) 부귀를 탐하고(貪富貴而) 빈천을 싫어한다면(厭貧賤, 則) 이것은(是) 그 인을(其仁) 스스로 떠나서(自離, 而) 군자의 실체가(君子之實) 없는 것이니(無-矣), 어디에서(何所) 그 명성을(其名) 이루겠는가(成-乎)?


君子無終食之間違仁, 造次必於是, 顚沛必於是.” (준자무종식지간위인 조차필어시 전패필어시)

군자는(君子) 밥 먹는(終食之) 사이(間)에도 인을 어김이(違仁) 없고(無), 급박한 상황에도(造次) 반드시(必) 이것에(是) 머물고(於), 곤경에 빠져서도(顚沛) 반드시(必) 여기 머문다(於是).

 

* 造次必於是 : 造次(조차)는 다급하다는 뜻이고, 於(어)는 '처하다, 존재하다'라는 뜻의 동사로 쓰였다. [知其說者之於天下也, 其如示諸斯乎!(그 이치를 아는 사람이 천하에서 살아가는 것은 아마 여기에 물건을 얹어놓는 것과 같을 테지요!) <論語 八佾 11>]

 

○ 終食者, 一飯之頃. 造次, 急遽苟且之時. 顚沛, 傾覆流離之際. 蓋君子之不去乎仁如此, 不但富貴ㆍ貧賤取舍之間而已也.

종식자(終食者)는, 밥 한 끼의(一飯之) 잠깐이다(頃). 조차(造次)는, 급박하고(急遽) 구차한(苟且之) 때이다(時). 전패는(顚沛), 엎어지고(傾覆) 흩어지는(流離之) 때이다(際). 대체로(蓋) 군자가(君子之) 인에서(乎仁) 떠나지 않음이(不去) 이와 같으니(如此), 다만(但) 부귀와 빈천을(富貴ㆍ貧賤) 취사하는(取舍之) 사이에서만(間) 그럴 뿐이 아니다(不-而已也).


○ 言君子爲仁, 自富貴, 貧賤, 取舍之間, 以至於終食, 造次, 顚沛之頃, 無時無處而不用其力也.

군자가(君子) 인을 행하는 것이(爲仁), 부귀와 빈천(富貴, 貧賤) 취사의 사이( 取舍之間)부터(自), 그리고(以) 종식과 조차, 전패의(於終食, 造次), 지경에( 顚沛之頃) 이르기까지(至), 때도 없고(無時) 곳도 없이(無處而) 힘쓰지 않음이 없다(不用其力也)는 말이다(言).


然取舍之分明, 然後存養之功密; 存養之功密, 則其取舍之分益明矣.

그러나然) 취사가(取舍之) 분명해지고(分明) 나서야(然後), 보존하고 기르는 공부가(存養之功) 정밀해지고(密); 보존하고 기르는 공부가(存養之功) 정밀해지면(密, 則), 그(其) 취사의 분명함이(取舍之分) 더욱(益) 명확해진다(明矣).


 

부귀는 사람이 모두 좋아하는 것이고, 빈천은 사람이 모두 싫어하는 것이다. 인간이 쾌락을 추구하고 불쾌를 멀리하는 것은 자연적인 사태이다. 하지만, 쾌락만 추구하는 것이 결국 불쾌를 초라한다는 점에 아이러니가 있다. 술을 먹고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마냥 좋아 보이지만, 술을 지속적으로 먹는다면 결국 후유증이 따라온다. 부귀는 좋은 것이지만, 좋은 것이 좋게 계속 유지되려면 도덕성이 필요하다.

다음 빈천에 관한 주장은 명확하게 그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 빈천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다수가 처한 현실이면서 내가 책임질 수 없는 이유로 주어진 현실일 때가 많다. 판잣집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빈천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이것도 또한, '불이기도득지不以其道得之'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것을 구차한 방법으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즉, 부당한 방법으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많은 경우 도덕적 삶과 행복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언젠가 나의 덕성과 행복이 비례적으로 일치하도록 만들어 주는 존재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나의 선행은 가치기반이 없어진다. 그런 존재가 바로 '하느님'이다. 하느님의 실존은 순수이성의 요청이다(칸트). 그러나 공자는 하느님을 요청하지 않는다. 인을 요청한다.

인간이 고귀한 것은 인간만이 자율적인 도덕의지를 가지고 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는 존재다. 유교에서는 그러한 존엄성을 성인의 길이라고 부르고, 모든 인간이 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 가능성을 확보한 인간의 본성이 곧 '인'이다. <김용옥, 논어한글역주>

 

반응형

댓글